[ET단상]무병 100세와 바이오융합산업

[ET단상]무병 100세와 바이오융합산업

‘삐삐삑’ 후덥지근한 여름 한낮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바삐 걸어가는 중년 여성 스마트폰에서 긴급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에는 경고문자가 떴다. ‘고객님, 지금 심부전 위험이 있습니다. 당장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세요!’

중년 여성과 맞춤형 건강관리 계약을 맺은 전문회사가 제공하는 전용 앱이 ‘수축기 혈압이 150으로 높고 맥박은 분당 100으로 정상범위 끝자락이다. 과체중인데다 심장 기능이 부실한 가족력이 있다. 평소 천식 약을 먹고 있는데 이것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가입자 5000만여명 빅테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기온 32℃에서 심부전을 일으킬 위험은 20%에 이른다’고 판단해 미리 경고한 것이다.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안에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서 자주 접할 메시지다.

‘인류 모든 문제는 인구 증가에서 시작된다’는 맬서스 예언처럼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비 증가는 지구상 모든 나라 생존을 위협한다. 현 저효율·고비용 의료체계가 계속되면 2025년 선진국 의료보험부터 파산하기 시작해 개발도상국까지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의료비를 현재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각 나라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기존 의료체계가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개인별 맞춤의학(환자별 정밀의학)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5년간 개인 유전정보 분석비용이 25억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바이오 의료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의료교육으로 잘 훈련된 유능한 의사 10만여명을 보유했다. 전자진료 기록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의료IT 강국이다. 미국과 달리 강력한 정부 정책이 보건의료 체계를 주도하는 등 미래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모든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백인이나 흑인과 달리 아시아인만의 유전체 인종적 특징까지 고려한다면 의료 바이오 산업은 얼마든지 한국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예견되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이오 융합산업이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엔진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인건강기록(PHR)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바이오 생산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우리 바이오 융합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고 세계시장 선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민관은 이를 뒷받침하고자 최근 ‘미래산업엔진포럼’을 열어 산업 기술혁신과 경제성장 동력 창출을 가져올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글로벌 경쟁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정부 효율적 소통과 협력을 시작하는 자리다.

산업엔진 프로젝트는 기술개발, 대중소기업 연계, 투자유치, 제도 개선 등으로 미래 신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부를 창출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바이오와 의료 융합을 강력한 미래 산업엔진으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3~5년 내 순매출 1000억원 이상 바이오기업 20개 육성, 신생 벤처 1000개 창업, 한·중·일 신바이오 의료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바이오, IT, 나노기술이 어우러진 바이오 융합산업 연구개발(R&D) 투자와 법률 개정 및 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바이오 융합 산업이 선진국과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 차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jeongsun@macro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