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원 대외 의존국이다.
안 그래도 좁은 땅덩어리에 그마저 분단돼 있으니 자원을 캐낼 공간이 없다. 지질·해양학적으로도 값진 자원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필수 연료는 개발 성장 기간 동안 바닥이 날 정도로 긁어 썼다.
해외에선 이런 자연조건을 가진 국가가 지금 모습까지 성장한 것 자체를 놀라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 동력이자 원료를 거의 전량 해외에서 가져오면서 이만큼 수출하는 나라도 드물다. 중동 산유국은 값싼 원유를 생산하지만 우리는 그 원유를 가져와 더 부가가치 높은 갖가지 기름과 원료로 정제해 수출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산유국보다 더 값진 산유국이라 칭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같은 ‘2차 산유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액은 28억87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0.3%나 줄었다.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27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507억8400만달러의 44.7%밖에 채우지 못했다. 반기 실적에 2개월치가 더해졌는데도 연간 수출액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각종 화학제품인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지난달 작년 동기 대비 25.7%나 급감했다. 석유화학 제품 1~8월 누적 수출액도 지난해 연간 수출액 절반을 겨우겨우 넘겼다.
13개 수출 주력 품목 중 11개가 감소했으니 석유제품이나 화학제품만의 위기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에선 거의 나지 않는 원료를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제품 특성상 산업효과나 부가가치는 다른 산업에 비할 바 안 될 만큼 높다.
요즘처럼 국제 유가가 미국과 중동을 축으로 요동칠 때 우리 석유제품·화학제품 수출 불안정성은 훨씬 더 커진다. 원유 도입 원가부터 휘둘리니 재고 조절이나 제품 가격 책정 등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산유국이라 불릴 만큼 해외시장에서 제품 지배력은 높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다. 기업으로 치자면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지만 가격이나 생산량은 자발적으로 정할 수 없는 처지와 같은 구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을 들여온 것이 해외에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유전이나 주요 광물 광산을 확보하는 이른바 자원개발 프로젝트다. 정부마다 시각이 바뀌며 국가 자원개발 프로젝트도 출렁여왔다. 곧 시작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이전 정부 자원개발사업이 정치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국익과 함께 가는 논의와 개선 방향 찾기인지다. 안타깝게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칠 것은 끝까지 친다’는 미션만 남아 있는 듯하다.
결국 시간 기회를 놓치고 비싸게 사들인 것을 헐값으로 되팔아 국익을 해치는 선택을 우리는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유가와 자원을 놓고 자본세력과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은 존재감 없는 한갓 미미한 일개미일 뿐이다.
진짜 국익을 위해 자원·에너지 문제를 다시 돌아볼 때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