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상황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내 한국기업 입지가 좁아지고 대기업도 힘들고 협력사는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지금 산업구조로는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 공통된 진단이다. 대안으로 중견·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융합을 이끌 벤처기업 발굴·육성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자신문은 창간 33주년을 맞아 이달 초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위치한 미래창조과학부 K-ICT 창업멘토링센터에서 벤처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 현안과 대안을 짚어봤다.
벤처 1세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멘토 역할을 하는 3인 선배 기업가와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혁신의 새 장을 열어가는 3인 후배 기업가가 함께했다. 좌담회에서는 한국경제 미래를 찾기 위해 오늘날 산업을 대표하는 벤처기업, 소프트웨어(SW), 한류, 문화를 놓고 폭넓은 대화를 나누면서 규제 완화와 기업가정신 교육이라는 장기적 대안을 모색했다.
(가나다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안창준 멘토(전 소프트포럼 대표)
△윤정자 멘토(전 퓨전테크 대표)
△임연호 멘토(전 티에스온넷 대표)
△장윤필 맵씨 대표
△조준성 굿타임위드미 대표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과학부 부장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부장)=벤처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였다. 벤처 1세대는 과거처럼 산업현장에서 일하지 않지만 후배 양성과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활발한 멘토 활동을 하는 분들을 모셨다. 후배 기업인은 각각 패션 이커머스, 핀테크, 한류커뮤니티와 같은 새로운 산업 대표주자로 활약하는 분들이다.
◇장윤필(맵씨 대표)=‘맵씨’라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맵씨는 남성 대상 코디 추천 서비스다. 남자가 옷을 어떻게 입고 어디서 사야 하는지를 해결해준다. 우리 플랫폼에서 옷을 사면 다음에 어떤 것을 사고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추천해준다. 공식적인 자리나 놀러갈 때 어떻게 옷을 입을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쓰고 싶어서 만든 서비스라고 소개한다.
◇윤정자(멘토·전 퓨전테크 대표)=SW 개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했다. 지금은 후배 양성을 목표로 K-ICT 창업멘토링센터 오픈과 함께 멘토로 활동 중이다. 스타트업 2팀과 창업동아리 3팀에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김태훈(레이니스트 대표)=‘뱅크샐러드’라는 신용카드 추천서비스를 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2500종이 넘는 카드를 개인 소비 형태에 맞춰 추천해준다. 최근에는 전 영역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요즘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핀테크(금융과 기술 결합)’ 분야라고 보면 된다.
◇안창준(멘토·전 소프트포럼 대표)=보안서비스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SW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 활동을 하고 있다.
◇임연호(멘토·티에스온넷 대표)=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일하고 이후 보안패키지 사업을 했다. 2011년 말에 회사를 인수합병으로 넘긴 다음에 2년여간 휴식을 가졌다. 2013년부터 SW 동남아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기업가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조준성(굿타임위드미 대표)=‘굿타임위드미’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회사다. 창업 이전에는 통신회사 연구소에서 오래 일했다. 굿타임위드미는 한류를 기반으로 글로벌 프로모션이 필요한 회사를 돕는다. 한류 관련 해외 ‘빅마우스’를 대상으로 분석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만약 뷰티기업이 어떤 나라에 화장품을 팔려고 한다면 어떤 파워블로거와 접촉하는지 등의 정보를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다. 원래는 영어권 서비스가 강했다. 최근에 중국시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어권 서비스 요청이 늘어나 강화하려고 한다. 회사는 월매출 2억원 정도를 내기 때문에 괜찮은 편이다.
◇사회=참석자 나이와 배경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 서로 일했던 분야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남들은 어렵다면서 가지 않는 길인 벤처 창업을 시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벤처생태계도 많이 발전했다. 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벤처지원 정책도 다양하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윤정자=정부가 플랫폼을 인위적으로 많이 만들고 있다. 본래 생태계는 자연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먹이사슬인데, 아직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당장 눈에 보이는 규제만 풀고 정작 ‘손톱 밑 가시’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애로사항은 잘 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규제는 다른데 이 부분을 잘 확인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태훈=같은 생각이다. 아직도 천편일률적 규제가 너무 많다. 핀테크와 관련해서 중국 고위 당국자가 강연하는 것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몰라서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초기기업에는 이른바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면 규제를 하면 되고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풀어준다고 말했다. 공산주의를 표방한 중국도 이렇게 정책을 유연하게 집행하는데, 한국은 대기업과 소기업에 똑같이 규제를 한다.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영국 대표 핀테크 서비스인 트랜스퍼와이즈를 한국에서 보면 ‘환치기’다. 하지만 트랜스퍼와이즈 거래량은 이미 기존 금융서비스를 뛰어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안창준=금융산업도 오래전부터 IT사업이라고 말해왔다. 전투기도 90% 이상이 IT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이렇듯 SW야말로 산업 경쟁력이자 근간이다. 한국 미래도 SW에 달려 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SW산업이 얼마나 진전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생각이 들지 않는다. SW대가와 인력 문제 때문이다. SW대가 산정 문제는 20년 전과 똑같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SW를 무형재산으로 평가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대가 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재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SW기업으로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2000년 전후만 해도 경쟁력 있는 개발자가 중소기업에도 왔고 그것이 기업과 산업 경쟁력이 됐다. 하지만 SW대가 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 임금이나 복지는 나아지기 어려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지금은 우수한 인재가 대기업에만 가려고 한다. 대기업은 우수 SW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고 중소벤처 분야에는 쓸 만한 인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임연호=벤처1.0 세대는 핵심 기술과 효율성에 무게를 뒀다. 벤처2.0 세대는 속도와 혁신에 무게를 둔다. 벤처기업 속도를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다. 벤처에서 보안사업을 할 때 정부 인증이나 규제가 많아 좌절한 기업을 많이 봤다. 지금 산업은 과거처럼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하고 기술 개발하던 구조가 아니라 빠르고 쉽게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관성에 의해 끌고 갔던 제도로는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정부가 그것을 풀어주자니 부작용이 클 것 같아 고민이 생긴 것이다.
◇안창준=규제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정부가 항상 하는 일이다. 그런데 10년간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은 문화적 이유가 더 크다. SW구매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SW산업은 기술산업이 아니라 문화산업이다. 정부가 문화산업이란 측면에서 바라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20년 전 인식과 지금이 달라진 것이 없다면 희망이 없다.
◇사회=선배 기업가들은 큰 틀에서 정부의 부족한 역할과 생태계 차원 걸림돌을 지적했다. SW대가 산정 문제나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후배 기업가가 느끼기에 구체적 장애물은 무엇인가.
◇김태훈=정부 지원이 많지만 규제도 여전하다. 핀테크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규제 완화 속도는 중국에도 뒤처진다. 대표적 사례가 금융권 공동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문제다. 이는 세계 최초로 핀테크 기업에 금융회사 내부 금융서비스와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시도다. 그래서 금융권 오픈API 구축을 위해 자문도 하고 발의도 했는데 결국 사용자 소비내역 정보만 주는 제한된 형태로 그쳤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그 사람이 가진 금융정보를 모두 금융API로 공유한다. 우리나라는 핀테크 분야 수출을 하려 해도 빅데이터를 다룬 경험이 경쟁력이 되는 것인데, 그 부분이 막혀 있다. 금융 API가 여기까지만 열려서는 절대 해외를 쫓아갈 수 없다. 금융권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금융 규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SW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스타트업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에서 가이드라인을 내고 지금처럼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제한되면 사업이 발전하기 어렵다. 핀테크는 아직도 진입장벽이 많다. 창업을 시작하던 2년 전만 해도 사업 아이디어를 말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냐고 하는 것이 투자자 질문이었다. 아직도 법적인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라면 상황이 다를 것이다.
◇조준성=글로벌 한류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해외 쪽에 한류문화를 알리는 매거진도 있다. 한류 관련 사업을 하다보면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 저작권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노래 가사 일부분을 언급하는 데도 저작권 문제를 지적받는다. 반면에 해외 쪽 사이트에서는 가사를 자유롭게 올려도 내용증명이 오거나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그런 콘텐츠만 유통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해외에 알리는 역할인 만큼 해외 사업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도록 해주길 바란다. 우리 회사에서 해외 이용자가 사이트에 올라간 유튜브 영상과 가사를 보면서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기획사와 중간 역할을 하는 협회가 판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부족하다. 가사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차라리 해외 법인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떤 서비스든지 시장 규모를 키울 때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처음부터 규제를 가하면 아이디어나 서비스가 성장하기 어렵다. 가사 서비스로 사이트 트래픽이 많아지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자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만약 한국 회사가 글로벌하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면 새로운 서비스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장윤필=커머스 부문만 놓고 보면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 금융·결제 분야에서 해결 안 된 것이 너무 많다. 중국 결제를 이용하면 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적으로 너무 편하다. 한국 서비스는 온라인 결제가 너무 힘들어 인내심을 시험하게 된다. 물류도 문제다. 국내에서 배송은 잘 되지만 국내 상품을 해외에 가져가는 것이 잘 안 된다. 중소기업 수출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런 분야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 해외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OTRA 등 정부기관에 연락해도 담당자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는 답변이 온다. 국내는 우체국 EMS가 너무 비싸고 국내 배송업체는 해외 배송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물류서비스도 해외와 경쟁하려면 규모를 키워야 한다. 우체국 EMS로 가장 가까운 일본에만 보내도 3만~4만원이 든다. 영국에서 우리 옷을 사려고 해도 옷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다. 이것을 스타트업에서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면 답이 당장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외는 여러 기업이 코드를 모아서 하는데, 우체국은 기업규모가 작아서 못 해준다고 한다. 만약 정부가 보조를 해줄 수 있다면 패션이나 다른 상품이 해외에 가는 길이 열린다. 최근에는 해외 배송문제 때문에 스타트업이 뭉쳐 물류를 해결해보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류센터를 하나 확보하고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정부 차원에서 규제 개선과 벤처 지원책이 나온다고 해도 정작 스타트업으로서는 여전히 애로사항이 많아 보인다. 정책 담당자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창업을 했다. 최근 ‘김기사’ 등 인수합병(M&A) 사례가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 벤처기업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서도 저평가받는다. 투자회사 시장이나 벤처 창업 분위기를 기업가 시각에서는 어떻게 느끼나.
◇조준성=미국이나 유럽 같은 창업 선진국과는 여전히 언어나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에는 창업하고 투자회수 수단인 기업공개(IPO)를 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렸다. 지금 같은 속도전에는 과거와 다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M&A가 활발한 것은 그 기업 특허나 사람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M&A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역량 있는 인재가 대기업이나 연구소로 간다. 자신의 기술가치를 키워서 창업하고 M&A에 적극 나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태훈=일화가 하나 있다. 명절에 친척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창업을 한다고 했더니 학점이 그렇게 안 좋았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당시 학점도 좋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창업을 선택했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선 창업은 공부를 못해서 하는 대안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의사가 존경받는 것과 다르다. 의사가 존경받는 것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사업은 세상에 필요하거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
◇임연호=초기 창업자금에서도 이런 문화적 배경은 드러난다. 현재 창업 종잣돈은 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너무 많다. 해외는 ‘패밀리 펀드’라고 부모나 친척이 창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지원한다. 한국은 창업해서 잘못 되면 삼대가 망한다는 생각까지 한다. 교육에서 미디어 역할도 중요하다. TV에서 기업가는 돈만 쫓거나 부도덕한 사람으로만 비쳐진다. 역경을 이겨낸 기업가를 향한 존중은 없다. 가치관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에 대한 투자다. 장기적 차원의 일이다.
◇조준성=우리 팀원 중에 온라인으로 일하는 이스라엘 직원이 있다. 중학생이다. 이 친구는 한류를 좋아해서 우리 사이트 팬으로 처음 만났다. 똑똑한 친구로 보여 디버깅을 부탁했더니 우리 사이트 디버깅 전문가가 됐다. 스스로 팀을 짜더니 다른 친구들과 팀워크로 우리 사이트 문제를 해결했다. 알고 보니 이스라엘 전체 SW경진대회에서 우승한 팀 일원이었다. 우리나라도 초중고에서 이제 SW교육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친구는 기획, 디자인, 디버깅, 개발을 잘 하는 것을 서로 협력해서 일할 수 있도록 살려주면 좋겠다. 우리 회사 한국 직원 중에 올림피아드 수학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일찍부터 개발을 원했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은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해 혼만 났고 결국 그 친구는 자신만의 길을 갔다.
◇사회=벤처 1세대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사업을 펼쳤다면 벤처 2세대는 아이디어와 서비스 혁신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미래는 융합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만큼 기술 지원은 물론이고 창업과 협업에 좀 더 개방적 문화가 필요하다. 과연 지금 무엇을 하면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윤정자=인식변화가 필요하다. IT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없다. SW는 테크놀로지 관점만이 아닌 모든 것을 흡수하는 말랑말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문학이나 예술도 마찬가지다. SW는 별도로 존재하는 기술이 아닌 도구다. 초중고 때부터 SW는 무엇이든 접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교육해야 한다. 단순히 코딩을 가르치고 개발자를 많이 양성한다고 SW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창업가를 양성한다는 의미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창업이나 SW공학이 아니라 대학에서도 좀 더 소프트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교양으로 가르쳐야 한다.
◇장윤필=해외를 가면 한류 힘을 느낀다. 한류는 정부나 대기업이 만든 것이 아니다. 한때는 문제아라고 불렸던 싸이나 양현석 같은 사람이 앞장서 만들었다. 젊은 사람 중에 성공한 창업가를 많이 내야 한다. 회사에서 대학생 인턴을 뽑는데 사정을 살펴보니 안타까웠다. 요즘 대학생은 1학년 때부터 취업 공부에 들어간다. 내가 05학번인데, 선배들과 캠퍼스 잔디밭에서 편하게 앉아 교류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라는 생각마저 든다.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아이디어가 되고 에너지를 얻는데 현재 대학생은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다. 전공 관련 지식도 너무 모른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대기업이 원하는 스펙만 채운다. 정부나 대기업은 젊은 세대에 더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 가능하다면 초기기업에 더 투자해야 한다. 만약에 개별 지원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스타트업이 마련하기 힘든 고가 장비나 통신비 등 여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로 지원하면 된다. 현재로선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여러 단말기를 가지고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다. 정부 지원이나 용역을 받은 초기기업이 해야 하는 각종 서류처리 등 행정 부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서류 정리에 본업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임연호=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것이 문화다. 결국 자본뿐만 아니라 교육과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도 관리하는 데 비용이나 시간이 너무 들고 외부용역에 뒤따르는 부수적 업무에 창업을 힘들게 느낀다. 생존율이 너무 낮으니 네트워킹 체계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출연연이 가진 핵심 원천기술을 공개하고 이를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할 때마다 많은 증빙문서 자료를 요구한다고 들었다. 문제가 나면 책임을 누가 지는지를 걱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자유롭다는 것이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된다.
◇김태훈=최근 M&A 제안을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때문에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이 많아지면서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M&A는 경제유동성이 중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제도를 여니 M&A시장도 열렸다. 경제제도가 보수적인 것은 경쟁이 안 이뤄지고 유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좀 더 많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더 많은 기회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지금은 기술이 없는 시대가 아니다. 고속도로를 만들고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인프라가 깔리는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자유로운 발상과 도전정신을 갖춘 기업가 르네상스 시대다. 과거의 누가 무엇을 지을 것인지 하는 산업화 시대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뱅크샐러드 서비스와 관련해서 은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은행 관계자가 ‘서비스 아이디어가 좋은데 우리가 베끼면 안 되나요’라고 농담을 건네기에 할 수 있으면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SW가치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SW 근원은 사람이다. 손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이 중요하다. 훌륭한 코더(프로그래머)는 일당백을 한다. 그 사람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혁신이 중요하다면 베낀다는 생각도 안 한다. 이 그림을 잘 그린 사람이 다음 그림도 잘 그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야 다음에 더 잘 그린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임연호=과거 SW는 진입장벽이 있는 산업이라고 봤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아져 쉽게 들어오는 만큼 좌절도 많이 한다. 출연연이 가진 좋은 기술을 젊은 창업가가 들어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