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국 정보기술(IT) 분야에 불어닥친 자국산업보호정책을 가르켜 취(去)IOE라는 말이 유행했다. 취는 중국어로 ‘제거하다’ ‘없애다’는 뜻이다. I는 IBM, O는 오라클, E는 EMC를 의미한다. 중국 IT산업에서 IBM·오라클·EMC를 제거한다는 뜻으로 자국 제품을 우선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시스코(C)가 추가됐다.
최근 중국 내 스마트시트 등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공공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취IOEC에 E가 추가됐다. 바로 에스리(ESRI)다. 미국 에스리는 세계 시장 절반을 차지한 업체다. 국내에서는 70%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시장점유율이 20%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에스리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에스리 시장 점유율은 50~60%로 높았다. 중국 자국산업보호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기업이 에스리 시장을 대체했다. 1997년 설립된 중국 GIS 솔루션기업인 슈퍼맵은 자국산업보호정책으로 꾸준한 제품공급과 연구개발(R&D)로 제품 성능을 에스리 아크GIS 수준으로 높였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 일부 기능은 아크GIS 수준을 넘어 선다고 자신한다. 이제는 자국 기업 제품이어서가 아니라 성능이 우수해 선택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슈퍼맵 중국 시장점유율은 70% 이상에 이른다.
중국 GIS 솔루션 산업을 보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두려움도 있지만 부러움도 크다. 우리나라도 GIS 솔루션 업체가 존재한다. 중국 슈퍼맵과 비슷한 시기인 1998년 설립된 한국공간정보통신을 비롯해 몇 회사가 있다. 자체 솔루션도 보유한다.
이들 기업 시장 점유율은 참담하다. 대기업과 소송으로 부도 위기를 맞거나 일부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물론, 기업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기업 육성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중국 정부와 너무나도 비교된다. 국산 GIS 솔루션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해 해외 업체가 협력 관계를 요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