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개막을 앞두고 14억 인구를 지닌 중국이 ‘제2 내수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 적합한 소형 생활가전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새로운 주력 수출 품목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FTA 발효 이후 중국산 저가 제품 국내 유입에 따른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FTA를 계기로 우리 소형 가전 중국 시장 진출을 극대화하는 한편 국내 가전 시장을 지키는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삼성·LG 등 글로벌 가전 기업을 보유했지만 중국과 가전산업 교역에서는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대중 가전 수출과 수입은 각각 18억5500만달러와 27억3300만달러다. 무역수지는 8억7800만달러 적자다. 적자 규모는 2012년 7억5000만달러에서 2013년 5억7400만달러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커졌다. 우리나라 가전산업 전체 무역수지가 95억달러 흑자인 것을 감안하면 유독 중국을 상대로 교역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현지 완제품 조립을 위한 가전 부품과 부분품을 주로 수출한다. 수입은 부품·완제품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 가전업체 중국 현지 생산으로 역수입 규모가 큰 탓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쑤저우·난징·톈진 등지에서 냉장고·세탁기·TV 생산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LCD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생산되는 비중은 70~90%대에 달한다.
기존 해외 생산기반을 국내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국 가전 수출에 전환점을 마련하려면 한중 FTA에 맞춰 새로운 수출 품목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거대 소비자 시장이다. 한국의 중국 수출 1, 2위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주로 부품이다. 소비자 시장을 직접 겨냥한 B2C 제품 수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이 용이해져 새로운 품목을 주력 수출 아이템으로 육성할 수 있다.
기대를 모으는 것 중 하나가 소형 가전이다. 대형 가전·정보기기는 해외 생산 비중이 높다. 대형냉장고와 대형세탁기를 비롯한 일부 품목은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철폐 일정을 장기화하거나 아예 제외했다. 상대적으로 한중 FTA에 따른 효과가 적다.
소형 가전은 중국에서 다양한 품목에 걸쳐 수요가 늘고 있는 시장이다. 관세 감축 일정도 대형 가전에 비해 짧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어 동반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유망 소형 가전은 최근 중국 내 1인 가구 증가, 건강 중시 문화 확산, 프리미엄급 제품 선호 등에 힘입어 성장하는 전기밥솥·착즙기·공기청정기 등이다.
전기밥솥 시장은 쌀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 전기밥솥 수출은 2010~2014년 연평균 28%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1717만달러다. FTA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기청정기도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중국은 지구온난화와 산업화로 대기·실내 오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자연스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2년 76만5000대에서 지난해 370만3000대로 증가한 데 이어 내년 486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중 공기청정기 수출은 2010년 693만1000달러에서 지난해 8295만달러로 연평균 86%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는 부품 국산화율이 높고 필터교환 등 지속적 유지보수가 필요해 부분품 후속 수출도 가능하다.
믹서·원액기 시장은 중국 내 ‘웰빙’ 바람에 한류 문화가 더해지며 급성장세다. 한국 드라마에서 믹서·원액기 사용 모습을 접한 중국인이 관련 제품을 찾으면서 수요가 늘었다. 이들 제품 대중 수출은 2010~2014년 연평균 260% 성장했다.
한중 FTA로 우리 소형가전 중국 진출 기회가 넓어지지만 중국 기업 한국 시장 유입 가능성도 커진다. 헤어드라이어·토스터를 비롯해 난방·음향기기 등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와 가전업체가 한류 프리미엄을 극대화해 중국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한편 중국 제품 유입에 대비한 지원과 경쟁력 향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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