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1>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약 1300㎞를 달려 도착한 우스튜르트 인접 수르길 지역은 황량한 사막에 위치한 불모지다. 누크스 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렸지만 건물하나 보이지 않았던 곳에 대규모 수르길 가스전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Ustyurt Gas Chemical Complex(이하 UGCC)’로 명명된 사업은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가스화학제품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현지 최대 프로젝트 사업이다. 천연가스(NG)와 컨덴세이트를 원료로 폴리머 제품 및 판매용 천연가스를 생산한다.

[창간 33주년 특집]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1>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한국 토종기업, 우즈벡에서 뭉치다

우즈벡 석유가스공사(UNG)와 한국 컨소시엄이 50%씩 합작 투자해 가스전을 개발 후 천연가스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로 활용된다.

이 UGCC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토종 기업이 자원보유국인 CIS국가에 진출해 현지 기업과 합작한 최대 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각국 기자재와 금융지원으로 가스전을 개발하고 가스 화학플랜트를 건설하는 콜라보레이션 PF사업이다.

국내 기업이 지분율 50%를 확보해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는 최초의 사업이기도 하다. EPC 계약자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하고 생산물 구매자는 롯데케미칼, 삼성물산, 운영자는 한국가스공사와 롯데케미칼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 자체 기술로 가스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현지 최초의 대형 사업으로 생산기지가 가동될 경우 260만톤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약 38만7000톤 고밀도 폴리에틸렌, 8만3000톤 폴리프로필렌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수출입은행은 수출이행자금과 이행성보증 등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은은 PF참여 뿐 아니라 EPC 참여기업의 수출이행 등에 필요한 자금을 패키지로 제공해 국내 기업 수주 및 사업진행에 지원군 역할을 자처했다. PF금액으로만 약 10억달러(대출 7억달러+보증 3억달러)를 지원했다.

[창간 33주년 특집]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1>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내달 현지 최대 규모 가스 생산기지 가동

이처럼 토종 기업 컨소시엄과 수은의 금융지원 결합으로 한국과 우즈벡간 자원협력 외교는 수르길 가스전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낳았고 오는 10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르길 가스전이 갖는 경쟁력은 상당하다.

중간 원료를 조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채굴하기 때문에 그 만큼 원가 절감 혜택을 볼 수 있고, 판매처도 우즈백 현지와 해외로 이분화해서 판매될 예정이어서 해외 천연 자원으로 수출길을 여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는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한국의 천연자원 사업을 허용한데에는 여러 노림수가 있다. 1차 산업 위주의 우즈벡 현지에서 한국이 보유한 기술 등을 십분 활용해 천연자원 강국의 브랜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사업을 필두로 오는 10월 정상 가동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 사용되는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현지에서 생산된다.

쳔연가스와 석유화학 사업에 토종기업이 주도가 돼 여러 국가로 수출하는 외교 비즈니스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생산기지는 크게 부대설비와 가스분리설비, 에틸렌 생산설비, 폴리머 생산설비 등으로 나뉜다,

에틸렌 생산설비를 제외한 폴리머, GSP 설비는 이미 공정률 100%를 완수했고 9월말 에틸렌 설비도 정상 가동한다. 생산한 제품은 우즈벡 현지에서 10%를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90%는 유럽 등으로 전량 수출한다.

공장규모만 약 30만평. 사막 위 불모지에 가스기지를 건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토종 기업의 철저한 분업화로 플랜트별 설비는 적기 완공이라는 결과를 이끌었다.

생산기지 건설에 들어간 원자재 물량을 환산했더니,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크리트 16만4000㎡, 철콜 18만4000톤, 기계 3만300톤, 전기케이블 2076㎞, 컨트롤 벨브 1482EA가 깔렸다.

박현철 롯데케미칼 UZ PMC담당 이사는 “국내 기업 주도의 자원개발 비즈니스를 통해 향후 우즈벡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사업자와 유수 국제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산업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불모지에 가스 생산기지를 건립하기까지 1만2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의 땀과 노력이 아랄해 인근 사막을 ‘가스 오아시스’로 바꾸고 있다.

[인터뷰]이홍열 우즈코화학 유한회사 이사장

[창간 33주년 특집]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1>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아랄해 인근 지하에 묻혀있는 천연자원(가스)과 액체원료(콘텐세이터)를 한국 기업이 개발해 상용화하고 2041년까지 유럽 등 해외에 판매하는 의미 있는 콜라보레이션 사업입니다. 수르길 지역에서 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약 77개의 시추를 설치하고 올해 약 50개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이홍렬 우즈코화학 유한회사 이사장은 중앙아시아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한국 토종 컨소시엄이 발주부터 감리까지 맡았다며 자부심을 갖고 사업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벡석유공사와 한국컨소시엄은 수르길 가스전의 성공적 운행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설립했다. 현지 임원 4명, 한국 임원 4명이 참여하고 의장은 이홍열 이사장이 맡아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생산기지의 상류부분 시설은 우즈벡 주주사가 수행했고 사업에 대한 공사 감리는 한국가스공사가 역할을 수행해 국내 기업의 입지가 상당히 커졌다”며 “하류 공장도 국내 건설 3사가 수행하는 등 가스 생산기지 한류 돌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기지 설립에서 큰 고비도 있었다. 우즈벡이 내륙국가다보니 생산기지 건립에 필요한 기자재 운반이 난항을 겪었다. 작은 기자재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경유해 철도와 차량으로 운송하고 무게가 큰 기자재는 여러 국가를 통해 해상 운반을 시도했다.

이 이사장은 “기자재 물류에만 한달 이상이 소요돼 원안대로 기지 건립이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지 1만여명이 넘는 인력이 24시간 철야 근무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공장 주면에 상업시설이 전무해 사막지역에 캠프를 치고 해외 기술인력 등을 함께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건설사의 시공 노하우가 없었다면 영하 30도에서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 이사장은 “건설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모든 투자 협정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다양한 지원을 뒷받침하는 등 양국간 협업 모델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우스튜르트(우즈베키스탄)=


[표] 수르길 가스전 현황

[표] 추진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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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