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업계 종사자가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말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억제 분위기에 우리 업계가 주춤하던 사이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다국적 기업은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속속 진입했다. 공략 속도는 매서웠다. 이 플랫폼에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SW기업과 벤처·스타트업, 게임회사가 급증하면서 인지도를 확보했다. 다국적 기업의 파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에 국내 서비스형인프라(IaaS) 사업자가 점유율을 지키기 힘든 구조가 이어졌다. 클라우드 시장을 다국적 기업에 내줬다는 하소연도 많다.
국내 클라우드 기술개발 업체 대표는 “공공 보안 문제로 클라우드 산업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며 “우수 기술과 자금력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한 다국적 기업에 비해 우리 기술과 시장은 5년 정도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고의 전환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고속철도인 KTX는 그 기원을 프랑스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테제베(TGV)가 우리나라 첫 고속철도로 선정됐다. 초기 운행 시 프랑스에서 직접 수입했지만 이후 현대로템이 라이선스 계약으로 기술 이전받았다.
KTX처럼 한국형 클라우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클라우드 경쟁을 피할 것만이 아니란 지적이다. 국내 중소 사업자들을 보호하면서 다국적 기업과 기술협력, 공동 연구개발 등으로 산업과 시장 자체를 활성화하자는 의견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내년에 클라우드 관련 다국적 기업과 협업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클라우드 산업 선진화를 위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도 정중동 자세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공공을 중심으로 국산 SW 도입이 확산되면서 아직은 표면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다국적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에 따라 공공시장이 열린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러나 직접적인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시스템통합(SI)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공공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 후 시장에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과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더라도 국내 사업자 보호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다국적 기업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라우드 발전법 자체가 중소기업을 위한 민생법안임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KTX형 클라우드 전략을 제시한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최초 좋은 취지로 마련된 제도도 현장에 적용할 때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효과와 경우의 수를 고려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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