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나. 지난 7월 판교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은 “골목상권 침해하는 카카오 대리운전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풍경 둘. 같은 날 또 한 무리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그동안 대리운전 업체들이 횡포를 부렸다”며 “카카오 대리운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 수익화로 대리운전을 언급하며 벌어진 극과 극 풍경이다. 한쪽에서는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열악한 대리운전 기사 처우를 개선할 기회’라며 환영했다.
‘상생’과 ‘경쟁’이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는 어느덧 우리 사회 가장 큰 키워드가 됐다. 온디맨드 사업으로 온라인을 벗어나려는 기업과 전통 영역을 고수하고자 하는 기존 사업자 간 마찰은 예고된 논란이다.
기자는 최근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카카오(대리운전)저지비대위 관계자라고 밝힌 발신인은 “카카오는 우리를 골목깡패로 몰고 기사님들은 사회적 약자임을 내세워 부당함만을 내비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리운전은 가장 취약한 계층이 뛰어드는 시장이다. 가난한 학생, 부도를 맞은 사업가, 카드 빚에 허덕이는 직장인, 아이들 교육비를 벌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가장이 밤늦게 운전대를 잡는다.
대리운전사업자들은 당장 ‘깡패’라는 거친 지적이 부당하게 느껴지겠지만 기사들이 왜 카카오대리운전을 환영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업을 독과점하고 있는 이들이 전면에 나와 이 물음에 답할 의무가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 판을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끄러우니 접자’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시장 진입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제도권 경계에 있는 대리기사에게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것도 ‘상생’이다.
양쪽 모두 중국 자본을 업은 국내 대리운전 온디맨드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굳이 둘이 싸우지 않더라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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