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은행 IT보안 믿을 만한가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이다. 화폐를 발행하고 기준금리를 정하며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한다. 하루에 2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한국은행을 들어가고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결제망은 국가 핵심 네트워크다. 한국은행 결제망이 뚫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한국은행 IT보안이 어느 기관과 비교해 최고 신뢰성을 갖추고 안전성이 우월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행 IT 보안 수준이 시중은행보다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은행 보안 점수가 국가정보보안 기준지침상 평가기준으로 취약등급에 해당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은행 보안관제 용역업체가 평가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은행이 보안업체 선정 이후 평가까지 맡겨버린 것은 보안사고 경각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심 의원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시중은행 금융보안 등을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역할을 하는 한국은행이 정작 시중은행에 비해 보안 수준이 취약하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당연히 한국은행은 철통 보안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망감이 크다.

우리나라 은행 중심인 한국은행 금융결제망이 무너지면 대혼란이 일어난다. 과거 농협 해킹 피해 사례에서 보듯이 금융시스템 취약성은 후폭풍을 불러온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무너진다면 그 파괴력은 미뤄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한국은행은 문제제기를 계기로 보안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기관 전반 보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보안업체 감독기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신뢰 받으려면 정책능력뿐 아니라 시스템 구축도 최고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이번 IT 보안 문제 제기를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보안 수준을 강화하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