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원격의료가 여전히 불법인 가운데 중국에서는 올해 말부터 온라인으로 미국 의료기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제공된다. 세계 수준 의료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한국이지만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중국보다도 뒤처진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말부터 중국 환자는 본인 의료기록을 ‘선전헬스플랫폼’에 입력하면 2주 안에 미국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과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24일 보도했다. 플랫폼은 홍콩 헬스케어기업인 굿헬스시스템그룹과 ICMM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중국 환자가 입력한 중국어 의료기록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의사가 영어로 번역해 미국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선전헬스플랫폼 기반 원격의료 서비스에 참여하는 미국 의료기관은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마요클리닉, USGF메디컬센터, 메모리얼 슬론 커터링 암센터 등이다. 중국 환자는 2주 내 처방전과 진단서를 받아볼 수 있고 원격진단 결과 기반으로 해외에서 검사도 받을 수 있다. 장 종 위안 ICMM 설립자는 “미국 의료기관이 추가로 서비스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원격의료 서비스 시행 배경은 자국 내 의료서비스에 대한 높은 불만이다. 진료 대기시간이 길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 제약사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 신뢰도도 낮다. 의료 사고로 인한 환자와 의료진 간 다툼도 잦다. 해외 진료를 찾는 국민이 늘어나자 이의 해법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했다. 장 ICMM 설립자는 “중국과 서양 의료기관이 협업해 최신 의료 기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 선진 의료기술을 적극 수용하기로 한 반면에 한국은 이해당사자 간 이권 다툼으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개원의사 중심으로 한 의사협회는 여전히 원격의료 허용에 반대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도 원격의료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미국 원격의료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한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고 원격으로 진단하는 미국 얼라이브코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정쟁으로 원격의로 허용을 논의조차 못하는 가운데 국민 돈과 건강정보가 해외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높은 의료서비스와 ICT를 보유하고도 수백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선점 기회도 놓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가천대길병원이 해외에서 의료IT, 원격의료 서비스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서비스 구현조차 못한다. 한 대형병원장은 “이권으로 인한 정쟁 때문에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이제는 의료 후진국이라 하는 중국에도 뒤처질 판”이라고 개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