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프라 업체인 KINX 직원들은 요즘 군인공제회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군인공제회 측 임대계약 해지로 갑작스레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생긴 업무 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2012년부터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에 입주한 KINX는 임차기간 만료를 앞둔 지난 3월 만기를 2017년으로 연장하는 추가 임차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5월 군인공제회가 계약해지 통보를 보냈다. KINX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업무 마비를 막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 임시 사무실을 수배했고, 우여곡절 끝에 새 공간을 확보했다.
얼마 후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한 대기업이 군인공제회관에 새로 입주한다는 소식이었다. 군인공제회는 그 대기업과 임대계약을 맺으면서 임대공간이 부족하자 KINX가 사용하던 공간까지 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KINX는 대기업을 받기 위해 계약기간이 2년가량 남은 중소기업을 내쫓는 갑의 횡포가 언짢았다. 결국 군인공제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군인공제회 측은 “90일 전에 통지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며 “계약서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주위에서 말렸지만 소송을 제기한 KINX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전협의 없이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통보에 기가 막혔습니다. 계약을 지키지 못할 때는 상대가 경제적·사회적 약자라 해도 한마디 협의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연이 답답했다.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법적 문제를 떠나서 군인공제회 업무 처리과정은 씁쓸하다. 17만 회원과 9조원 자산을 가진 공기관으로서의 태도는 아닌 듯하다. 좀 심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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