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1100만대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 단체소송 등에 따른 피해 규모가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내외부 경고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7년 이상 계속된 눈속임 행위로 인해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미국과 국내에서 이와 관련한 소송이 처음 제기되는 등 피해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3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 따른 피해 규모는 최대 500억달러(약 6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페르디난드 듀덴호퍼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자동차연구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이번 배출가스 스캔들로 인해 폭스바겐이 치러야 할 대가는 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또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뒤스부르크-에센대학은 독일 자동차 산업 ‘싱크탱크’로 꼽힌다. 자국 대표 자동차 업체의 ‘민망한’ 스캔들에 냉철한 분석을 내린 셈이다. 또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한 폭스바겐의 승부수가 수포로 돌아가고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는 포드, 오펠(GM 산하 브랜드) 등 미국 경쟁업체 수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 리콜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세한 리콜 방법은 아직 밝히지 않아 연비 악화, 성능 저하 및 유지비 증가에 우려가 커졌다.
리콜 대상은 최다 1100만대로 개별 자동차 업체 리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폭스바겐은 7일까지 독일 당국에 사태 수습 방안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은 뒤 차량 수리에 착수한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65억유로(약 8조6000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했지만 벌금과 리콜 비용 및 소비자 소송까지 감안하면 이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미국 외신은 리콜에만 200억달러(약 23조원) 이상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주와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무너진 신뢰가 더 큰 문제다. 폭스바겐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이번 파문 이후 미국 기관 투자자의 향후 폭스바겐 투자 의지가 급속히 냉각되고, 독일 소비자 브랜드 신뢰도도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각국 소비자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소송이 처음 제기됐다. 국내 소비자 두 명은 30일 독일 폭스바겐 본사와 국내 지사 및 딜러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참여자는 “피고의 기망행위(속임수)를 사전에 알았다면 원고가 제작차 배출 허용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자동차를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는 원고가 지급한 매매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으로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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