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국회 비준 논의에서 핵심 쟁점은 ‘무역이득 공유제’다. 야당이 농수산업 등 피해업종 보완 대책으로 도입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회 비준 전제조건으로 제시될 정도다. 반대 의견이 강했던 여당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무역이득 공유제는 말 그대로 FTA로 거둔 이익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FTA는 전체 산업과 업종을 대상으로 맺어진다. 협상 참여국이 상호 이익균형을 꾀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거두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이 생기게 마련이다.
무역이득 공유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제기됐다. 협상 결과에 따른 이득을 공유해 내부적으로 이익균형을 꾀하는 제도다.
아직 세계적으로 입법화 사례는 없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공론화됐다. “FTA 이행으로 인한 산업별 순이익을 조사·분석해 순이익이 발생한 해당 산업별로 일정 부분을 환수해 농어업인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후 지난해 11월 영연방 FTA 비준 시 정부가 무역이득 공유제를 연구·검토한 뒤 한중 FTA 비준 때 논의하기로 여야정 합의가 이뤄졌다.
무역이득 공유제 취지는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나라 FTA 네트워크가 확장될 때마다 주로 피해를 보는 업종이 농수산업인 만큼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다만 무역이득 공유제 법제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는 우려가 높다. 산업별 이익을 단일 기업으로 세분화하기 어려운데다 FTA로 얻는 편익은 특정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거둔 이익 가운데 어느 정도를 환수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정치권이 논의하는 무역이득 공유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 상반기 4개 국책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연구용역에서 △이론적 의의는 있지만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고 △수많은 이익창출요소 가운데 FTA 이익만 추려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곤란하고 △기업 FTA 활용 유인 저하로 FTA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무역이득 공유제 도입이 어려운 만큼 현 FTA 피해지원제도를 바탕으로 농수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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