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마른 게임업계, VC 투자 1년새 반토막...연 천억원 이하

창업투자회사(VC, 벤처캐피털) 게임업계 투자 규모가 1년새 반토막 났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VC가 게임업체에 신규 투자한 금액은 878억원으로 2014년 총액 176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맥스서밋2015 `한국 게임산업 위기 진단:투자자의 관점` 세션 참가자들. 왼쪽부터 유창석 경희대교수, 박영호 433 이사, 황성익 KMGA 회장, 정상엽 캡스톤 팀장.
맥스서밋2015 `한국 게임산업 위기 진단:투자자의 관점` 세션 참가자들. 왼쪽부터 유창석 경희대교수, 박영호 433 이사, 황성익 KMGA 회장, 정상엽 캡스톤 팀장.

전문가들은 “단기적 위기”라고 진단하는 동시에 투자자와 개발사 양쪽 모두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호 네시삼십삼분(433) 투자이사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맥스서밋2015에서 “올해 연말까지 VC가 게임에 신규 투자할 액수는 최대 1000억여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지난해 1700억여원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VC가 게임에 신규 투자를 꺼리는 것은 시장 경쟁이 대형기업, 대형 롤플레잉게임(RPG) 위주로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성공과 안정적 수익을 올릴 확률이 낮아지며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게임 프로젝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모바일게임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리기 시작해 개발사는 투자를 유치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모바일게임 투자자는 이런 투자 위축이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고착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신민균 케이큐브벤처스 상무는 “5년 단위로 보면 게임 투자규모는 늘었다”면서도 “게임 스타트업이 기술개발 민감도가 떨어지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상엽 캡스톤파트너스 팀장 역시 “최근 게임 스타트업을 보면 초기 기업 특유의 뾰족함이 없다”며 “대기업이 시장에서 성공시킨 게임을 따라가려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성공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박영호 433 이사는 “(안정적 투자기조는) 모바일게임 업계 구조적 한계”라며 “애플, 구글,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에 일정 수익을 떼 주는 형태에서는 이익률을 높이기 어려워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와 개발사가 도전적 자세로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황 회장은 “투자자가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을 따르길 원해 스타트업도 이런 요구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며 투자사 변화를 촉구했다. 황 회장은 “대형기업도 수십억원을 들여 중국 등 해외게임을 사오기보다는 힘든 길을 가는 국내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상무는 “세련미 등 아직 한국 게임업체가 가진 강점이 많다”며 “개발사는 디테일한 영역에서 기존 게임과 차별점을 찾아야 하고 남들이 안 하는 분야, 장르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상무는 “사실 투자자도 자신이 없으니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것”이라며 “게임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신생기업이 기존 트렌드를 좇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고, 박 이사 역시 “스타트업이 잘 하는 것은 새로운 장르에서 남들보다 빨리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며 “콘텐츠가 부족해도 스피드를 갖추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