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책임소재를 둘러싼 의료분쟁이 매년 급증하는 가운데 분쟁을 줄이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상담·진료·수술과정에 녹취 시스템 도입이 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는 음성인식·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융합한 지능형 녹취 시스템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디오텍, 마인즈랩,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 등 음성인식·빅데이터 분석 기술 기업이 잇따라 국내 의료정보 분석 및 관리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의료사고 분쟁 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은 물론이고 질병진단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도 IT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디오텍은 세브란스체크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의료녹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디오텍 기계어학습 기술을 활용해 음성 의료 정보를 분석한다. 생체신호 등을 분석해 관련 질병진단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마인즈랩은 자사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토대로 의료녹취 시장에 진출했다. 의료진이 환자진료영상, 사진을 판독할 때나 수술 도중 주고받은 대화 등을 녹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사람이 직접 입력하던 정보를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문서화한다. 음성인식 기반 빅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이 핵심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무기록을 확보해 당시 정확한 상황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병원과 환자 간 분쟁발생 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근거 자료로 삼는다.
해외 의료분야 음성인식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는 전자의무기록(EMR) 작성을 돕는 ‘드래곤’을 판매 중이다. 애플 시리(Siri) 원천 기술을 개발한 뉘앙스는 음성인식 기술로 환자상담 내용과 처방까지 전자 문서화한다. 세계 1만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45만명 안팎 의사가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의료분쟁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상담은 매년 1만건씩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4만5096건 의료분쟁 상담이 있었다. 외국인 환자 의료분쟁 상담도 전년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의료분쟁이 늘면서 의료녹취 시스템 도입에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도입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형편이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는 “미국에서는 소송에 대비해 의료녹취가 의무적으로 이뤄진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분쟁에 대비한 IT 도입이 검토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이 의료분쟁에서 대부분 승소하는 관행도 의료녹취 시스템 시장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를 강제할 관련법과 규제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는 병원 등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시스템 선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오텍 관계자는 “의료녹취 서비스는 단순히 의사와 환자 간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판독 소견과 수술 시 의사 대화내용 등 각종 의료기록을 저장·문서화할 수 있다”며 “의료 분쟁이 날로 늘어가는 국내 의료 시장에서 의료녹취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손꼽힌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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