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계속된 2015년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12일 여성가족부와 23일 대통령비서실 등 일부 추가 일정만을 남겨놨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는 부족했다는 총평이다. 새 이슈를 발굴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문제점을 반복 질의하는 사례가 많았다. 여야 의원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어느 피감기관장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막판에 불거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실기론까지 올해 국감 주요 이슈를 정리한다.
◇‘단통법’ 1년…실효성 논란 이어져
이달 시행 1년을 맞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놓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방이 계속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이동통신 시장이 위축됐고 이동통신사 단통법 위반행위 단속·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단통법이 소비자 편익을 높일 것이라며 도입 효과를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비가 일부 감소하거나 유지되고 요금구조와 단말 가격 등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 시장 위축 지적에는 “단통법 때문에 이통 시장이 위축됐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소비자에게 단통법 혜택이 가도록 하면서 위반행위 단속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와이브로 주파수를 LTE-TDD용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국감 기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 장관은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 전환을 요구하는 질의에 “이용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면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재정건전성·법인세 공방 치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정책 ‘초이노믹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대기업 법인세 인상 문제를 두고 여야와 정부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확장 재정 정책으로 내년 국가 부채 비율이 처음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로 올라가는 점을 우려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매년 크게 바뀌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경환 부총리는 “내년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40%에 도달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 오류는 “숫자가 매년 같을 수 없지만 폭이 적을 수 있도록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야당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벌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이 16.2%에 불과하다”며 “710조원 사내유보금 1%만 출연해도 3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럴 때가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법인세 인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에 쏠린 관심…결과는 ‘미흡’
롯데 경영권 분쟁은 국감 초미 관심사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 국감 증인으로 참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은 신 회장에게 투명한 경영과 불공정 행위 개선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추가 경영권 분쟁이 다시 생길 가능성은 없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롯데 지주사 호텔롯데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계열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문제는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롯데는 일본 법률상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한 달 내 추가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무위는 힘들게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막상 국감장에서는 날카로운 지적보다는 훈계·덕담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에서는 휴대폰 다단계 판매 문제도 제기됐다. 재화 가격이 160만원을 넘으면 방문판매가 법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LG유플러스에 위법 소지가 있다.
정 위원장은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운영하는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증인으로 참석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본부장은 “위법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쳇바퀴 돈 ‘해외자원개발’ 공방
현 정부 초기부터 제기된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정책 실패 논란은 올해 국감에서도 여지없이 되풀이됐다. 자원개발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오래전부터 형성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야당 의원 중심으로 정부 자원개발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천문학적 규모 손실이 발행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향후 보완 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자원개발 사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정책 실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은 아니고 해야 할 것이었다”고 맞섰다. 다만 무리한 투자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은 태스크포스(TF) 구성이나 전문기관 용역을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관심…포털 문제도 집중 추궁
새로운 금융 서비스 모델인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높았다. 인가 규모, 허용 기준 관련 지적이 나왔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수를 한두 개로 한정할 필요가 있냐고 질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심사 상황을 보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답해 추가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금융당국이 소극적이고 형식적 출범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돼 혁신적 사업모델을 해야 한다”며 “심사할 때 기존에 있는 은행 판도를 깰 혁신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포털 편향성과 정부 통제 의혹으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은 네이버·다음카카오 포털 뉴스서비스 관련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포털 통제”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김종덕 문화부 장관은 “포털 통제는 없다”면서도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배치할 때 기사 접수시각, 최초 노출시각 등을 투명하게 밝히는 ‘포털 뉴스 유통이력제’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TPP 타결에 통상정책 경고등
국감 마지막 주 전해진 TPP 타결 소식 때문에 정부 통상정책이 갑작스레 도마에 올랐다. TPP는 미국·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6일 진통 끝에 회원국 간 협상 타결이 이뤄졌다.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은 정부가 TPP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다자 FTA 전략에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지금까지 양자 FTA에서 거둔 성과가 다자 FTA 대응 잘못으로 훼손될 지경이라는 지적이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TPP 참여 기회를 놓쳐 일본 등에 유리해졌다”며 “산업부가 다자, 메가 FTA 준비를 충실히 못했다”고 주장했다. TPP 미가입은 2013년부터 공론화된 악재지만 TPP 협상이 타결되니 급격히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우리가 TPP 회원국 가운데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나라와 이미 양자 FTA를 맺었고 TPP에 없는 중국과 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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