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이 ‘성과’에 목을 매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일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르면 내년부터 저성과자는 퇴출된다. 기획재정부도 ‘공공기관 저성과자 기준과 대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2년 연속 성과가 낮은 공무원은 짐을 싸야 한다.
성과 중심 인사평가는 민간에 비해 뒤떨어진 공공 생산성에서 비롯됐다. 철밥통, 신의 직장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라도 생산성이나 성과를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민 세금으로 움직이는 공공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지는 분명 환영할 만하다.
산업계는 단기 성과 중심 인사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단기간 성과에 치중하다 보면 기반기술 연구개발(R&D)처럼 긴 호흡을 가져야 할 정책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성과 창출에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성과를 강조할 때마다 공무원들은 보직 기간 중에 성과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올해 안에’ ‘예산 심의 전에’ 성과 내기에 바빴다. 장기 안목이 필요한 R&D 분야도 예외는 없었다. 산업을 이끌어야 할 정책은 인기주의에 매몰됐다. 트렌드에 따라 이쪽저쪽 기웃거리며 갈대처럼 흔들렸다. 장기 투자를 통한 기술·노하우·경험 쌓기보다는 성과 보고서 몇 쪽이 중요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로 돌아갔다. 성과가 없으면 다음해 예산이 줄거나 사업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기술 중심 산업인 정보기술(IT) 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새 트렌드를 만들고 지배하려면 축적된 기술은 필수요소다. 1~2년 안에 바뀔 성과 위주 단기 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저성과 공무원 퇴출도 좋지만 또 다른 생산성 향상 방안이 없는지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당장의 결과물이 아닌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과정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지원과 일관된 정책을 원하는 산업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