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의 핵심인물 강태용(54)씨가 중국 도피 7년 만에 체포됐다.
12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 앞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혔다. 법무부와 대구지검은 중국 당국과의 협조를 통해 이르면 15~17일께 강씨의 신병을 넘겨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단체는 조희팔의 사기 행각으로 발생한 피해액이 무려 8조원에 이르고 조씨가 적어도 2조원 이상을 가로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팔의 최측근 강씨는 유사수신 업체들의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재무와 전산 업무 등을 총괄하면서 ‘조직 내 2인자’로 꼽힌 인물이다. 사기 행각이 들통나자 2008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조희팔과 함께 중국으로 도피했다.
특히 강씨가 중국 도피 전까지 각종 인맥을 동원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2억4000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징역 7년형이 확정된 김광준(54) 전 부장검사가 강씨와 대구 Y고교 동창이었고, 십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구지검 서부지청 출신의 오모 검찰서기관 역시 강씨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지난 2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 권모(51) 전 총경이 2008년 9월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사기 등)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ㆍ관계 주요 인사와 수사당국의 ‘비호’ 없이는 조희팔과 측근들의 사기ㆍ도피 행각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 박사는 “조희팔 사건은 하나의 사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와 불합리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사건”이라며 “강하고 청렴하며 결코 타협하지 않는 동시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과 검사, 판사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조희팔의 정확한 생사 여부도 주요 관심사로 지목된다. 2012년 5월 경찰은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조희팔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장례 동영상과 사망 서류가 근거였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도 중국 현지에서 ‘조희팔 목격담’이 제기되는 등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