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EMC를 인수함에 따라 델과 EMC 한국 법인도 통합이 예상된다. 내년 5월에서 10월 사이 양사 조직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 지사도 비슷한 시기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구체적 해외 지사 통합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 법인 통합은 수평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복 사업이 적고 규모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델코리아는 현재 x86 서버와 PC가 주된 사업이다. 한국EMC는 스토리지를 판매하고 있다. 델코리아도 국내 스토리지 사업을 하지만 EMC와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EMC는 지난 2분기까지 국내 46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무려 40%를 넘는다. 반면에 델은 스토리지 시장에서 입지가 약하다. 스토리지 외 양사가 중복되는 사업 영역은 거의 없다.
델코리아와 한국EMC는 매출 규모도 비슷하다. 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24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EMC 매출은 같은 기간 3234억원이다. 인력은 델코리아가 300여명, 한국EMC가 500명 수준이다. 델코리아와 한국EMC가 현 조직 체계를 그대로 유지, 통합되면 6500억원 규모 기업용 IT 인프라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한국HP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과 맞먹는다.
한국HP 연간 매출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HP는 다음 달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과 PC 부문이 둘로 쪼개진다. 이 중 한국HP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지난해 국내에서 7000억원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델코리아와 한국EMC 통합 법인이 HP를 위협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델 통합 법인과 HP의 경쟁을 예고한다.
델코리아와 한국EMC 통합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중복 사업이 없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겠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델 서버에 EMC 스토리지가 더해져 포트폴리오는 강화했지만 국내 시장은 한 회사나 한 가지 브랜드 제품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EMC 스토리지가 델 서버 판매를 촉진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델은 국내 x86 서버 시장 점유율 2위다. 하지만 업계 1위 HP와 점유율 차이가 두 배가량 난다. HP의 점유율은 40%대, 델 점유율은 20%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