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터키 이스탄불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주요 20개국 통상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통상 이슈를 논의하는 ‘G20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세계 무역 성장세 둔화 대응과 다자무역체제 강화 방안 등이 의제로 논의됐다. 작년 통상장관회의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논의가 큰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여러 단계로 분화된 상품·서비스 생산 단계가 각각 비용 경쟁력 있는 국가에서 발생하고 단계별로 창출된 부가가치가 사슬처럼 국제적으로 얽혀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국제무역은 단순한 ‘상품 교역’이 아니라 ‘역할 교역’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개념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주는 관세인하, 서비스·투자 자유화, 투명한 무역규범 등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효율적 국제분업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부가가치 창출로 직결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업 무역과 해외투자 증진에 따른 글로벌화로 자연스럽게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총수출 가운데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율이 1995년 약 40%에서 2009년 약 62%로 증가했다. 참여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경기 저성장 기조로 우리 기업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무역 확대 추세가 다소 주춤하다. 침체된 무역을 회복하고 세계 이목이 쏠린 동북아 지역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메가 FTA’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한중 FTA를 조기 비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일 동북아 3국 GDP는 세계총생산 25%를 차지한다. 세 나라 역내 교역 비중은 1990년 12.3%에서 2011년 21.3%로 확대됐다.
세계가 동북아 지역을 주목한다. 한·중·일 분업구조 심화에 따른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일본이 참여한 TPP가 타결된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FTA 허브로 지역경제 통합 핵심축(Linchpin)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중 FTA 조기 발효가 절실하다.
한중 FTA는 양국 기업 간 상호보완적 글로벌 생산·유통관계를 격상시키고 양국 분업구조를 보다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한국 기업은 이전보다 유리한 여건에서 필요에 따른 상호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은 중국과 한국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것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분야 거점을 한국에 둔다. 그렇지 않은 분야는 동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역할 분담으로 보다 고도화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할 수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국경을 넘어 효율적 국제분업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FTA는 바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한중 FTA 조기 발효는 우리나라가 세계 및 동북아 무역질서 속에서 주도적 위상을 확보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강국으로 도약하는 필요조건이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jaedo@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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