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가볍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달리던 육중한 자동차 바퀴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 스티어링휠(핸들)을 돌리면 커다란 자동차를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간단한 변속레버 조작으로 자동차 변속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운전할 때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런 일을 의문스럽게 여기는 운전자는 드물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가 투입한 힘의 양과 자동차가 반응하는 출력 양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투입된 힘이 어떤 방식으로든 ‘증폭’돼 자동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달을 밟았을 때 자동차가 멈추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원리에 의해 힘이 증폭된 결과다. 첫 번째는 지레의 원리로 받침점을 기준으로 페달 쪽 길이를 길게 만들어 페달에 작은 힘을 가하더라도 반대편에서는 큰 힘이 나오게 된다. 두 번째는 관로 속의 압력은 늘 일정하다는 ‘파스칼의 법칙’을 이용한 유압의 원리다. 실린더가 브레이크 오일이 가득 찬 좁은 관에 힘을 가하면 반대쪽에서는 브레이크 패드를 밀 수 있을 만큼 큰 출력이 도출되고, 브레이크 패드는 브레이크 디스크를 고정시켜 바퀴를 멈추게 된다.
스티어링휠을 돌려 무거운 바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회전체도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면 중심에 가해지는 힘은 점점 증가하는 지렛대 원리가 적용된다. 손으로 스티어링휠 지름부를 돌리는 힘이 스티어링휠 중심에서 증폭되므로 운전자가 자동차 방향 전환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속도를 변화시킬 때는 기어를 사용해 힘을 증폭시킨다. 기어는 기본적으로 톱니바퀴로, 서로 다른 막대에 달린 작은 톱니바퀴와 큰 톱니바퀴를 맞물려 돌아가게 함으로써 출력을 변화시키는 장치다.
자동차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면 평지를 달릴 때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 때 기어를 낮추면 엔진 크랭크축과 연결된 작은 톱니바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해 자동차 구동축과 연결돼 있는 큰 톱니바퀴를 굴린다. 톱니바퀴 반지름이 크면 클수록 토크 값이 커져 바퀴로 큰 힘이 전달되므로 경사진 언덕길도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다.
사실 기어는 토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덕길을 오를 때는 기어를 낮춰 토크를 키우고, 평지에서는 기어를 높여 자동차를 가속시키는 것처럼 기어를 상황에 맞게 조작함으로써 자동차 주행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자동차 연구원들은 오늘도 힘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을지 연구한다. 힘의 증폭이 결국 적은 힘으로 큰 자동차를 용이하게 조작할 수 있는 조작 편의성을 높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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