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오피스 프로그램 가격 인상률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지난 3년간 교육기관 대상 오피스 프로그램 평균가격 인상률이 일반 물가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15~20% 선인데다 전체 교육청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개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가격 인상률은 수긍하는 반면에 한컴오피스 단 한 제품을 공급하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가격 인상률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사실 많은 국가가 자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컴오피스는 정부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 알리바바와 킹소프트 역시 정부 지원과 보호 속에 급성장했다. 특히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작년 9월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를 하면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인터넷 기업으로 구글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내수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할은 어디까지나 국내 기업에 사업 기반을 제공하고 이로써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좁은 내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독립적인 오피스 프로그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중국·일본·한국에 국한돼 있다. 한국은 한컴 오피스뿐만 아니라 폴라리스 오피스 같은 고성능 오피스 프로그램이 있어 자유 경쟁 시스템으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럼 정부는 어떻게 기업 세계화를 지원해야 할까.
첫째, HTML5나 ODF 등 정부 내 국제표준 포맷 사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다수 국내 기업은 국내용과 해외용을 별도로 구분해 개발할 여력이 부족하다. 정부가 국제 호환성이 있는 포맷을 사용한다면 납품하는 기업 역시 자연스럽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고질적 과점 구조를 건전한 경쟁구도로 유도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쉽다. 독점적 시장 상황은 해당 업계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전한 경쟁으로 판매자는 더욱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셋째, 국내 소프트웨어를 세계화하는 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점이 제품 신뢰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부는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에 기존 제품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도록 특정 기업에 독과점을 부여하는 구매조건 정책이나 제도를 개선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도 이제 세계화다.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만큼 강력한 경쟁력이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향숙 SW세계화연구원 이사장 uboo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