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반도체 R&D]<5>끝 "한국의 `미래 반도체` 뿌리는 말라죽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 전문인력 양성, 풍부한 연구진, 활발한 기술 창업, 미래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투자가 모두 어우러져 선순환하지 않으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반도체 산학연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한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전체 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발전을 이끄는 국가 기간산업이 됐지만 정작 현실은 일부 대기업 성과에만 의존하고 있어 미래 성장에 큰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수년간 국내 반도체 산학연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관심이 줄면서 대학 연구개발(R&D)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미래 반도체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국가 예산이 급격히 적어지니 교수진과 학생이 줄어들어 산업 성장 뿌리인 인력 양성 환경이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기업은 대학 연구진과 교류하며 좋은 기술 아이디어를 얻고 실력 있는 학생을 많이 선발하기 원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과 정부가 함께 자금을 투자한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이 분야를 연구한 학생을 각 기업이 선발해 현업에 투입하는 대표적 선순환 모델로 꼽힌다.

반면에 국내 반도체 기업은 원하는 분야에 적합한 학생을 찾지 못해 선발 후 재교육을 하는 등 개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현실이다.

송윤흡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대로 가면 메모리 1등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사람을 키우며 대응했지만 10나노 중반 이하로 공정이 미세화되면 기업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10나노 초반대 반도체 기술은 지금보다 5배 이상 어렵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기술적 어려움이 많이 발생한다”며 “대학과 기관이 풍부한 연구 기반을 갖추고 기업을 도와야 경쟁력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기초과학 연구와 산업체 인력 양성 기능을 균형 있게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형섭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지만 세계적으로 연구는 계속 하향세여서 정말 심각하다”며 “최근 중국이 비메모리 분야 연구에서 양과 질 모두 우수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조만호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다양한 분야 연구진 협업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국책과제는 관련 연구자가 내용을 공유할 수 있고 해당 분야뿐만 아니라 주변 연구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연구 풀이 커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며 “반도체 특성상 소자, 공정, 재료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이 모두 필요하므로 이를 고려한 연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도 “기업 연구 결과는 기업에 종속되므로 다양한 연구자가 결과물을 공유할 수 없어 전체 연구 발전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국가 전체의 연구 수준과 인력 풀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