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는 2015년 정부 예산 마지막 심사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상당수 의원이 상임위원회 심사에 없던 예산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반영하려 이른바 ‘쪽지예산’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말 그대로 메모지에 적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스마트폰 메신저로 전하는 ‘카톡예산’ ‘SNS예산’으로 진화하며 더 치열한 예산전쟁을 벌였다.
쪽지예산은 의원이 자신 이해와 관련됐거나 급하게 부탁받은 사업 예산을 반영하고자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 해당 항목을 끼워 넣는 것을 말한다. 공식적인 단계별 절차를 밟지 않은 탓에 줄서기로 치면 ‘새치기’에 가깝다. 그나마 국가 차원에서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보다는 의원 지역구와 관련된 사업이 대부분이다.
해마다 언론과 시민단체 비판이 제기되고, 국회 스스로도 근절을 약속하지만 매년 사정은 비슷했다. 바깥 시선을 피하려 더 깊은 음지로 숨어버렸다.
올해 국회 역시 쪽지예산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예년보다 심하게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6년 예산안 심사는 19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심사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다음 선거에 출마할 현역 의원이라면 지역구 예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일부 의원은 상임위 소위에서 지역구 예산을 증액한 것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아직 예산안 확정 절차가 많이 남았음에도 지역을 위해 일한 것을 먼저 알리려 한 것이다.
쪽지예산 가장 큰 폐해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안 수립 단계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는 일반 항목과 달리 불쑥 끼워 넣은 탓에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기 어렵다. 향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도 책임 소재를 따지기 쉽지 않다.
정작 필요한 사업 예산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쪽지예산이 갑작스레 반영되면 다른 사업 어딘가에서 감액이 불가피하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쪽지예산이 편성돼 애써 준비한 사업 예산이 떨어져나가는 때가 잦았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 식 예산 증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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