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선 청소기’ 패권 싸움이 치열하다. 청소기 트렌드가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면서 무선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업체 신경전도 커지고 있다. 세계 가전 시장 200조원 가운데 청소기는 15조원, 무선 청소기는 3조원 규모다. 아직 5분의 1 수준이지만 배터리 발달로 무선이 ‘대세’가 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 12일 영국 청소기 업체 다이슨을 상대로 호주연방 법원에 허위광고 금지소송(final injunction)을 제기했다. 자사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이 더 강력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다이슨이 무선 청소기 V6 광고에 ‘가장 강력한 무선 청소기’ ‘다른 무선 청소기 흡입력의 두 배’ 문구를 사용하며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코드제로 싸이킹 흡입력은 최대 200W로, 100W인 다이슨 V6의 최대 두 배 수준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 제품인 코드제로 싸이킹을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에 출시했고, 호주에는 지난 9월 말에 선보였다.
LG전자 코드제로 싸이킹은 최대 출력 전압 80V의 LG화학 리튬 이온 배터리 파워팩을 내장해 4시간 충전으로 일반 모드 기준 최대 40분, 강 모드에서도 17분 동안 청소가 가능하다.
LG전자는 호주 청소기 시장에 ‘로봇청소기’만 판매해 왔다. 지난 9월에야 처음 무선 청소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호주 오프라인 유통점에 초도 물량이 들어가는 상황으로 진열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호주법인 소송 제기는 호주 청소기 시장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다이슨 주도권을 빼앗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조사가 공개하는 흡입력과 전력표시 등 스펙은 실생활 사용 시 다를 수 있어 논란이 빈번하다. 성능 실험 환경이 실험실인지, 먼지가 많은 가정집인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다이슨이 독일 지멘스와 보쉬 진공청소기가 전력소비량 표시를 속였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실생활 환경이 아닌 상태에서 성능을 측정하는 속임수라는 것이다.
다이슨은 삼성전자와 기술 특허 소송도 벌인 바 있다. 다이슨은 지난 2013년 7월 삼성전자가 다이슨 조종(steering) 기술을 침해했다며 영국 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영국 특허법원이 다이슨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내렸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2월 “다이슨이 특허소송을 악의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1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