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1>규제의 덫에 걸린 핀테크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은 여전하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금융권 체질변화가 시급하다. 그 중심에 핀테크가 있다. 핀테크를 금융 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걷어내야 한다. 이제 투자할 은행이나 은행 상품을 고를 때 전문가 조언 대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람들의 평가를 보고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점 창구 대신 모바일과 IT를 활용해 거래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 도입되는 등 핀테크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자신문은 핀테크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사업 성공을 위한 심층 기획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핀테크 기반 디지털 트렌드는 기존 금융사와 IT 기반 신규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지고 실패할 수 있지만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경쟁자를 제치고 앞서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시장을 잃지 않으려면 디지털 전략 기반으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아직까지 걷어내지 못한 규제를 정부 차원에서 완화하고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은행이 향후 금융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디지털 경쟁자와 손잡고 새로운 환경과 사업 모델에 적응해야만 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와 개인정보보호법 등 분산돼 있는 법규제의 틀을 손봐야 한다.

한국이 풀뿌리 규제로 신규 사업자와 금융사의 사업 속도가 뒤떨어질 때 이미 해외는 한발 앞서 과감한 규제 개혁과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핀테크 열풍은 3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규모로 이어졌고 핀테크로 분류되는 기업 투자 또한 1년 새 200%가까이 급증했다. 벤처기업 투자(연평균 투자율)가 7% 안팎에 그쳤다면 핀테크 투자 증가율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일본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기관 인허가 규제를 대부분 뜯어 고치고 있다.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이 나오기 힘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기관 인허가 규제를 대부분 뜯어 고치고 있다.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이 나오기 힘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핀테크 거점은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투자규모만 9억달러가 넘었고 관련 투자액도 세계 투자액의 32%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영국과 아일랜드가 핀테크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이 짜임새 있게 구성된 덕분이다.

영국 정부는 핀테크 기업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전문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이미 설립된 핀테크 기업은 초기투자, 행정, 법률자문, 외부 투자유치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금융과 관련된 핀테크 기업 기술개발을 위해 금융테크혁신연구소를 설립하고 꾸준한 후원을 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도이치뱅크 등 내로라하는 대형은행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핀테크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영국 내 관련 액셀러레이터만 50개가 넘는다.

코엑스몰이 상권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알리페이 결제를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
코엑스몰이 상권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알리페이 결제를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

결제 인프라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결제방식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페이먼트 시스템 레귤레이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영국 결제위원회를 주축으로 전화번호를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 페이엠(PayM)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이 밖에도 테크시티와 같은 벤처 단지 조성으로 핀테크 기업의 창업과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소 자본금 규정을 폐지하는 등 창업절차를 간소화하고 사무실과 임대료를 런던 중심가의 5분의 1 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 생태계를 조성했다.

한국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아직 걷어내지 못한 규제를 찾아내 없애고 IT기업과 금융사간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1>규제의 덫에 걸린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 되려면 금융관련 법과 제도를 상당부분 걷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전자신문은 창조적 핀테크 산업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 오는 11일 스마트금융포럼 2차 콘퍼런스를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다.

[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1>규제의 덫에 걸린 핀테크

삼성전자와 국내외 금융사는 물론이고 스타트업 기업 대상으로 심도 있는 정보의 장을 마련했다. 금융회사와 금융 신기술 스타트업과 연계와 투자, 금융사와 IT기업 간 업무제휴, 창조적 아이디어의 금융스타트업 육성 방안 등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인터파크 등 다양한 사업자의 핀테크 전략을 최초로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금융형 로밍’ 플랫폼을 만들어가자고 입을 모은다. 각종 규제와 사업자간 온도차로 그동안 한국 핀테크 산업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시장에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