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제조업 혁신,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최근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도 제조업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공장 육성 등 ‘제조업혁신 3.0전략’을 본격 추진 중이다. 제조업 비중이 30%가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제조업 현장 고령화에 대응하고 기술혁신, 생산성 제고, 품질향상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 스마트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조업 생태계에서 뿌리산업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금형, 주조, 용접, 열처리 등은 전방산업 품질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산업이다. 전자나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 들어가는 대부분 부품이 뿌리산업 공정을 거쳐 생산될 정도니 그 역할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 뿌리업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며 대기업 2~4차 협력사가 88%를 차지하는 대기업 종속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매우 영세한 실정이다. 변화에 대한 수용태세 역시 미비하다.

제조업 스마트화는 생산에 참여하는 모기업과 협력기업을 연계해 산업생태계 가치사슬 전반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가공·활용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첨단금형산업 육성기반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총사업비를 분담하여 금형센터를 건립하고 R&D와 시험생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센터가 완공되면 고정밀화, 고효율화 금형기술개발과 시험생산, 마케팅, 교육훈련 등 금형산업 발전의 메카로서 전후방 산업과 연계발전을 도모해 나가게 된다.

일본 기계진흥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과거 20여년에 걸쳐 일본 기업이 한국에 전자, 자동차 부품을 아웃소싱하면서 금형기술을 비롯한 뿌리산업 분야 핵심 기반기술이 이전됐다. 이로 인해 일본에 산업공동화가 발생했고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경쟁자로 부상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기술하고 있다. 금형 등 뿌리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전자, 반도체, 스마트폰, IT 및 자동차 산업의 경쟁기반을 형성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제조기반이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시점에, 새로운 디자인과 다양한 신소재를 적용한 부품개발 필요성이 증가했다. 앞으로 일본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형 등 뿌리산업 생태계 핵심역량을 반드시 국내에 확보·유지해야 할 것이다.

산업공동화가 이뤄지는 요인으로 생산요소비용 외에도 산업생태계 경쟁력에 따라 좌우되는 실패비용이 있다. 2·3차 협력기업과 뿌리산업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으면 실패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급속한 산업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스마트화도 이러한 실패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혁신 3.0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부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결정짓는 뿌리산업, 그 중에서도 금형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y@koam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