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물부족 문제, 노후 상수관 정비에 답 있다

극심한 가뭄 대응책으로 노후 상수관 정비가 주목받고 있다.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관에서 절반 이상 새나가던 물만 잡아도 어지간한 가뭄에 견딜 만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가뭄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없으니 확보된 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물 수요관리’ 개념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진행하는 강원 남부권 상수관망정비사업에서 1차 종료 대상 영월군과 정선군 상수관망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4일 밝혔다.

환경공단은 이 지역 노후 상수관과 밸브 등 불량 부대시설에 대한 진단과 개량을 통해 유수율을 높이고 원격검침 등 최적화된 관리시스템으로 새나가는 물을 잡아냈다. 이를 통해 영월군은 860만톤, 정선군은 1680만톤 누수량을 절감했다. 2011년 영월 33.4%, 정선 34.8%이던 유수율이 올해 8월 각각 92.1%와 90.4%로 3배가량 향상됐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해 공급한 수돗물 중 요금으로 징수되는 수량 비율이다. 정수장에서 소비자까지 새지 않고 전달되는 물이다.

두 군에서 절간됨 수돗물 총량 2540만톤은 일평균 1만7400톤으로 인구 약 5만명 도시에 상수도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수돗물 생산비용 절감과 요금수입 증가로 지방 상수도 경영 수지도 대폭 개선돼 주민 물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누수량 감소로 영월군과 정선군의 2011년 대비 수돗물 생산비용 누적 절감액은 124억원, 유수량 증가로 요금수입 누적 증가액은 66억원에 달했다.

환경부 ‘2013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관 비율은 30%로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2030년에는 약 52조원의 천문학적인 개량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노후 상수관만 제때 갈아줘도 올해처럼 극심한 가뭄에도 국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 부족 문제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강원도 지역은 지난 2009년 최악의 가뭄으로 17만명이 제한급수 고통을 겪었으며, 이 지역 가뭄은 높은 누수율로 인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가뭄 대응 수자원 개발·확보도 중요하지만 노후 상수도시설에서 낭비되는 물 손실량을 줄일 수 있도록 관망정비사업을 선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상수도망에 대한 재투자 여력이 부족해 시설 노후화, 생산비 상승,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시진 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방상수도 문제는 그동안 열악한 지방재정에 따른 노후, 불량 상수관의 땜질식 처방이 겹쳐진 결과”라며 “지방상수도 정비사업 효과가 입증된 만큼 물 복지 향상과 가뭄 대비를 위해 국회와 지자체, 국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공단은 내년 중 강원 남부권 태백시·평창군·고성군 사업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영월군, 정선군 상수관망사업 성과(자료:환경부)>


영월군, 정선군 상수관망사업 성과(자료:환경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