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증가.. 수출은 하락?... 디스플레이 수출 통계 엇박자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매출이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수출 품목이 디스플레이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결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매출집계와 정부 수출통계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잠정 누적 매출은 20조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8조6800억원보다 12%가량 늘었다. LG디스플레이 잠정 누적 매출 역시 20조8900억원으로, 지난 해 18조1100억원보다 15.3%가 늘었다.

두 기업은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대비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계 불황으로 매출이 적었던 탓이 크다고 해도 올해는 ‘성장’이라는 과실을 따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통계는 지난 1월을 제외하고 매달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디스플레이 수출이 29억달러로 9.1% 늘어났지만, 이후 매달 최소 1.0%, 최대 14.5%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두 기업 실적과 통계 수치대로라면 국내 매출이 대폭 늘어나야 하는데, 두 기업 국내 매출은 10% 미만이다. 삼성전자·LG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이라고 해도 완제품이 수출 제품이라면 디스플레이도 수출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업계는 발표되는 통계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 공세로 디스플레이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UHD LCD와 OLED, 스마트폰용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 제품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업계 내에서는 해외 고객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통계가 집계 방식 오류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매달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MTI(수출입품목 분류체계) 코드에 기반한 것으로 일부 품목이 디스플레이 수출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MTI는 전 세계 통용되는 HS코드를 비슷한 품목끼리 묶어 냄으로써 품목별 수출 현황을 쉽게 파악하도록 해준다.

디스플레이를 지칭하는 MTI에는 TV용 LCD 모듈·셀, 모바일용 LCD 모듈, OLED 모듈·셀 등 다양한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터치부착 모바일 LCD 셀은 포함되지 않는다. 애플 아이워치용 디스플레이도 별도 디바이스로 분류되어 있다.

통계는 관련 정책 수립과 업계 현황 파악에 도움을 주는 기초자료여서, 산업 변화 흐름에 따라 집계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LCD 수출은 줄고 OLED 수출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수출이 갑자기 그렇게 역성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과 다소 다른 것 같아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수출 추이(단위:억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디스플레이 수출 추이(단위:억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