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시스템반도체 분야 국제학술대회 ‘국제시스템온칩디자인콘퍼런스(ISOCC) 2015’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ISOCC는 매년 참가자와 제출 논문수가 늘고 해외 논문과 참가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국제학술대회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지만 이 분야 기술력을 높이고 연구 인프라를 풍부하게 하려는 대학과 기업의 노력이 주효하다.
ISOCC는 매년 대학 교수들이 총책임자를 맡아 행사를 구성한다. 올해 행사를 총괄한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중요성을 재조명한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연구 동향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 어느 해보다 국내 반도체 산학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고 국내와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 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반도체 신규 연구개발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여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범 교수 역시 연구개발 지원 중단과 이에 따른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위기를 우려했다.
범 교수 “지난 15년간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지원했고 그 결과 많은 인력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당초 정부가 기대한 거대 스타기업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메모리반도체 제작 시 많은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기업별로 크게 성장한 사례들이 있는 만큼 그동안 지원이 결실을 맺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이 분야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을 지원해야 할 정부 관심이 끊긴다면 향후 우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업계뿐만 아니라 국민이 함께 짊어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범 교수는 이대로 가면 그나마 갖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사라져 복원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예가 아날로그반도체 분야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아날로그반도체 기술력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IoT 시대에 아날로그와 디지털반도체 기술을 고루 갖추는 게 절실하다.
범 교수는 “국내 아날로그반도체 인력을 양성할 전문가는 5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구비가 인기 있는 특정 분야에 몰리다보니 기초 기술을 가르칠 인프라가 부족한 게 현실이어서 1년에 이 분야 석사 2~3명을 배출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 아날로그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외 전문가를 대거 영입한 사례가 있다.
그는 “결국 기초 기술 없이 응용 분야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구구단도 모르는 사람에게 방정식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ISOCC 행사 일환으로 칩디자인콘테스트(CDC)를 주관하는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범 교수는 “IDEC 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접 칩을 설계하고 실제 생산까지 경험할 수 있지만 최근 지원이 줄면서 실제 칩 양산을 해보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IDEC는 반도체 인력 양성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