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빅데이터산업 진흥법률안 발의에 관한 소고

[ET단상]빅데이터산업 진흥법률안 발의에 관한 소고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월 11일 비식별화된 정보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활용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이하 빅데이터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로써 빅데이터는 한편에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빅브러더’와 동일어로 취급돼 금기시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세대 창조경제의 무궁무진한 먹거리 산업’으로 추앙받는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게 됐다. 빅데이터가 생산적 논의의 장-빅데이터 산업을 어떻게 ‘올바르게 진흥’할 것인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법은 정보 수집단계에서 정보주체 동의를 면제하는 대신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철저한 비식별화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공개정보, 이용내역 정보 및 새로운 정보의 처리과정에서 생성된 개인정보를 재(再)비식별화조치할 것을 요구(법 제2조 제1항 제6호 비식별화 정의규정 및 제3장 개인정보의 보호 등)하고 이를 위반 시 과태료 또는 형벌을 부과한다.

법 제2조 제1항 제6호 비식별화 정의규정 및 제3장 개인정보의 보호 등 내용은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차용한 것인데 내가 생각하는 빅데이터법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이른바 개인식별 ‘가능’ 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율하고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 괄호 부분 참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개념에 따른다면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도 특정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완전한 비식별화조치를 취한 정보는 더는 개인정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완전한 비식별화 정도를 어떻게 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참고로 하급심 판례이긴 하나 법원은 휴대폰 단말기 인증번호, 휴대폰 번호 뒤 네 자리 등이 모두 개인정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정보수집 단계에서부터 완전한 비식별화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법의 목적(제1조)에 부합하는지 문제다.

법은 비식별화조치를 취한 공개정보, 이용내역정보라도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개인정보가 생성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데(법 제13조) 이는 완전한 비식별화조치라는 것이 원시적으로 불가능함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도 특정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완전한 비식별화조치라는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정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러한 비식별화조치를 취한 정보가 빅데이터로서 효용이 있는지 등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진일보한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개인식별정보와 개인식별 ‘가능’ 정보를 차별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가칭)빅데이터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개인정보보호법보다 특별법적 지위를 부여(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 및 배덕광 의원 법률안에서는 모두 다른 법률에서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을 허용한다면 그에 따른다고 한다)한 후, 위 특별법에서 개인식별정보와 개인식별 ‘가능’ 정보를 차별화해 개인식별 ‘가능’ 정보를 수집·이용 시에는 비식별화 조치를 면해주거나 완화해주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 동의를 받는 관점에서 정보 이용자인 정부와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논의주제 전환 또는 발전이 필요하다. 대내외적으로 빅데이터 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두게 하고 빅데이터 이용자가 계획 중인 용도의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구체적 기본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 징벌적 과징금 및 형사처벌을 하는 등 방법 등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라는 본격적 빅데이터 논의가 시작됐다. 현대사회를 정보사회라고 하고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은 양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명제가 아니라 양립 가능한 명제이어야 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논의가 정보주체와 정보이용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국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지금 정치상황에 비춰볼 때 우려와 격려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하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빅데이터’ 건투를 빈다.

민우기 법무법인 태청 변호사 minwoogi1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