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그룹-이재용 부회장 체제 첫 인사...큰 변동 예상

주요 그룹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계가 들썩인다. 삼성과 한화, 롯데 빅딜 등으로 주요 그룹 사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사장단 및 임원 인사와 그룹 내 조직개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맞춰 각 그룹 대응전략도 이번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사실상 처음 인사를 실시하는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실적부진을 겪는 LG그룹 등 상당한 변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슈분석]삼성그룹-이재용 부회장 체제 첫 인사...큰 변동 예상

다음 달 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그룹이 올해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사실상 첫 인사다. 그룹 사업구조 재편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핵심인 삼성전자 임원 대규모 감축설과 실적부진 계열사 CEO 거취 등도 관심사다. 삼성그룹은 다음 달 초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인사, 일부 계열사 조직개편을 순차 단행한다.

지난해 삼성그룹 인사 폭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사장 승진 3명, 임원승진 353명에 그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올해는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비주력사업 정리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허례를 줄이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경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식 사업구조 개편이 연이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이 전체 임원 수를 줄이고 유사 기능을 맡는 조직 통합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젊은 인재 △조직 충성도보다는 실력 있는 미래형 인재 △글로벌 감각 등이 중요 발탁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해 큰 변동이 없었던 만큼 올해 인사는 이월효과까지 반영돼 대대적 변동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인사에서는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윤부근, 신종균, 이상훈 사장 거취가 최대 변수다. 윤 사장은 소비자가전(CE)부문을, 신 사장은 IT·모바일(IM)부문을, 이 사장은 경영지원실장(CFO)을 각각 맡아 수년간 삼성전자가 뛰어난 실적을 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 주력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사장단 거취에 변화가 있다면 분위기 쇄신 차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삼성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이 확고하다. 올해 실적이 좋았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승진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사장단 인사 방향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임원을 대규모 감축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제기되는데 실제로도 폭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1200여명의 임원 중 20~30%를 감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면서 3년간 300여명의 임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 IM부문 실적 둔화 등으로 늘어났던 임원 수가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임원 수가 줄면 승진인사 폭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으로 덩치가 커진 삼성물산 인사도 변화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일부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삼성물산은 통합 후 건설, 패션, 리조트건설, 상사 네 부문별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하는데, 이 체제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 임원인사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변화폭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후속 정리도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임원 감축을 진행했고 희망퇴직도 받으면서 몸집을 줄였다. 매각과 합병 재추진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미래전략실 변화도 관심사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일환으로 계열사 간 통합이 이뤄졌고 화학사업 매각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미래전략실 지원업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 기조도 미래전략실 변화를 점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승계와 사업재편이 한창 진행 중인 만큼 미래전략실 역할이 필요하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