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생산라인 ‘P10’을 놓고 차세대 투자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중소형 OLED와 TV용 대형 OLED, 대형 LCD 투자가 모두 필요하지만 거액의 설비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파주 P10 공장을 지을 부지 땅 고르기 공사를 시작했다. P10은 11세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넓은 부지를 갖고 있다. 땅 고르기 공사가 시작되자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규모와 용도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 투자를 시작하면서 과연 어떤 패널을 생산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3월까지 부지 작업을 마치고 건물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P10을 놓고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물량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애플이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JOLED와 차기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인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장에서 애플용 패널을 공급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11세대 대형 라인 규모로 부지를 조성한 것은 LG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투자에 손댈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 BOE가 10.5세대 투자를 발표했고 차이나스타(CSOT)도 11세대 LCD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도 대형 LCD 투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유휴공간이 절반 가량 남은 P9을 두고 대형 설비를 들일 수 있는 대규모 부지를 준비한 것도 대형 LCD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혹은 그 이상 대형 OLED 생산라인을 P10에 마련해 OLED TV 시장 확대를 꾀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하지만 실제 모든 투자를 집행하기에 LG디스플레이 지갑 상황은 여의치 않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선 올해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 규모는 지난해 8900억원에서 올해 약 1조6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부채 비율이 지난해 94.9%에서 올해 86% 수준으로 낮아져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를 시작하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반적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하기에 부족한 여건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구체적 차세대 설비 투자 방향을 결정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8세대 LCD 설비 투자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대형 LCD에서 얼마나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이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OLED 투자도 필수다.
이 때문에 다양한 투자 방향을 고려해 P10을 11세대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로 부지를 조성 중이다. 당장 용도를 결정하지 않아도 공장 완공 후 설비 투자를 결정했을 때 신속하게 장비를 입고해 제품 생산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생산 품목을 정하지 않고 부지와 건물을 마련하면 1년가량 투자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부지 조성, 공장 설립, 설비 투자·배치, 라인 가동, 양산 수율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차세대 설비 투자 전 과정에 걸리는 시간 중 절반을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P9도 부지 먼저 조성한 뒤 공장을 설립하고 구체적 투자규모를 확정한 사례가 있다”며 “차세대 투자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구체적 차세대 설비 투자 방향까지 결정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