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디스플레이 기업이 잇달아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확정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새로 건설 중인 `P10` 라인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업계 관심이 높아졌다. 10세대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양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기술 성숙도, 재료 성능 등 도전 과제가 많다. 대형 LCD 세계 1위지만 10세대급 양산 경험은 아직 없는 만큼 10세대급 LCD와 OLED 투자 우선 순위를 놓고 고민이 깊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P10에서 우선 생산할 차세대 제품으로 10세대급 LCD와 OLED를 놓고 조율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8세대 OLED에 우선 투자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10.5세대와 11세대 LCD 투자에 돌입하면서 10세대급 OLED 투자 필요성이 빠르게 부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장기 관점에서 10세대 이상 OLED를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생산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수립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10세대 이상 기판 면적에서 OLED가 LCD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잉크젯 프린팅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세대 이상 기판에서 60인치 이상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다 생산 원가까지 낮출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차세대 OLED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기술 성숙도 때문에 당장 관련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존 증착 공정 대신 잉크젯 프린팅으로 대량 양산한 사례가 없고 액체 형태 OLED 재료도 연구개발 단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대량 양산을 하면 연구개발 단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투자 위험 요소가 상당히 많은 셈이다.
10세대 이상 기판 규격을 양산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위험 요인 중 하나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대형 LCD 시장 점유율 1위지만 모두 8세대 규격에서 양산한다. 국내 다수 장비 기업이 샤프에 이어 BOE에 관련 장비를 납품해 10세대급 기술을 갖췄지만 실제 양산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10세대급 LCD에 우선 투자해 경험을 쌓은 뒤 10세대급 OLED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위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안정적으로 양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보다 투자 시점은 늦었지만 8세대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대량 양산한 만큼 10세대급에서도 수율을 빠르게 높여 충분히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OLED 투자로 직행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팽팽하다. 중국이 공장 가동률과 수율에 상관없이 LCD 가격 경쟁을 하므로 OLED에 집중 투자해 격차를 심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주에 건설 중인 P10은 내년 2분기 완공을 앞뒀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차세대 생산 품목을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 전체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어 아직 시간이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