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CJ헬로비전 인수, 크게 멀리 보자

[데스크라인]CJ헬로비전 인수, 크게 멀리 보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달 2일 SK텔레콤은 이사회에서 케이블TV 1위사업자를 인수키로 결정한다. 이후 인수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갈려 여론전까지 불붙었다. 사업자 간 공방에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가세했다.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싸고 합산 규제, 겸업 금지, 결합 상품, 직사 채널 등 온갖 전문 용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은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다. 덩치를 키운 새로운 인수회사가 이를 남용해 공정 경쟁을 훼손할 수 있을 지 여부가 핵심이다.

찬성과 반대 논리도 팽팽하다. 인수 반대 진영은 통신과 케이블TV 1위 통합업체가 독과점 행위를 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공정 경쟁이 저해되면서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을 포함한 찬성 진영 논리도 만만치 않다. 통신방송 분야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이며 오히려 다양한 서비스 상품이 나오면 소비자 편익을 높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조차 두부 자르듯이 시비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부나 방통위 역시 ‘통신방송 융합 트렌드’ ‘시장지배력 전이’라는 문제를 놓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도 영 개운치 않다. “시끄러우니 일단 지켜보자”는 식으로 여론의 눈치만 살핀다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전혀 득 될 게 없다.

인수 공방은 진흥과 규제 문제로 귀결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서 벌어진 문제는 당연히 미래부가 먼저 나서 해결해야 한다. 오죽하면 정부 부처 이름에 ‘미래’라는 이름을 사용했겠는가. CJ헬로비전 인수는 현실이지만, 그에 따른 파장과 변화는 온전히 ‘미래’의 일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미래부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나 사업자 눈치를 본다면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시장은 잘못된 결정 보다 늦은 결정에 더 큰 피해를 보는 법이다.

미래부 결정은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융합시대 기준이 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과 방송 금융의 융·통합, 인터넷포털과 플랫폼,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업 간 벌어질 M&A에 대한 전초전 성격을 지닌다.

통신과 방송시장은 정점을 찍었다. 수익률은 갈수록 급전직하다. 기존 안테나와 빨랫줄 모델은 한계에 달했다. 플랫폼이든, 콘텐츠든, 미디어융합이든 혁신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IT업계 맹주’로 불리는 구글은 최근 3년간 126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기업 인수에 보수적인 삼성조차도 지난 3년간 38개 회사를 인수했다.

성숙한 시장에서 인수합병은 자의든, 타의든 거세질 수밖에 없다. 세계 기업은 지금 M&A중이다. 현명해야 하지만 빠른 결정이 더 중요하다. 불필요한 소모전과 최소화해야만이 기업과 미래부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강병준 통신방송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