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998년 외환위기로 따가운 비판을 들어야 했지만 문민시대라는 정치적 전환기를 열었다.”
세계 주요 외신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긴급기사로 타전하며 군정(軍政)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와 민주화 운동을 이끈 야권 지도자로서 정치 역정과 대통령 재임 기간 공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AFP통신은 고인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의 (대통령) 당선으로 30년 이상 이어진 군정이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인물로 1980년대 초 2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던 사실, 대통령 취임 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전임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처벌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로이터통신은 고인이 20대 후반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뒤 박해를 당하면서도 민주적 개혁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다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며 이로 인해 비판도 받았다고 전했다.
CNN도 김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온건 성향 야당 지도자이자 민주화 운동 대변자였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정부 개혁과 정치 부패 척결에 힘썼으나 임기 말기에 외환위기로 부침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일 교도통신도 사망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재임 중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체포를 명하고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을 꾀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에서 반부패 변혁 바람을 일으킨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중국신문망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과 이력을 조명하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 반부패, 청렴을 기치로 변혁 바람을 일으켰으며 개인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망과 광명망, 신랑망 등도 그가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으며 금융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처음 도입하는 등 반부패 개혁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과 ABC방송, 영국 BBC 등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도했다. 재임 기간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금융거래 투명성이 높아진 점, 임기 전반기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점 등을 업적으로 평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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