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조건부 승인’이 대세

[이슈분석]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조건부 승인’이 대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서 미승인 사례는 많지 않다. 대신 특정 사업을 매각하게 하거나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등 시정 명령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을 내리는 일이 대다수다. 공정위 초점은 기업 결합으로 발생한 시장경쟁 저해 요소의 해소에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불허한 사례의 공통점은 ‘시정명령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기업 의사를 존중해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만 가격 제한, 사업 매각 등 조치로도 공정한 경쟁 시장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기업결합을 막는다.

지난해 공정위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세계·국내 1위 업체 에실로의 국내 2위 업체 대명광학 인수를 불허했다. 에실로가 대명광학을 인수하면 렌즈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고 끼워 팔기 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으로 독과점 시장구조가 형성되면 경쟁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사후 해결도 곤란하다”며 “한시적 가격인상 제한조치 등 행태적 조치는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실로와 같은 기업결합 불허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상반기 이뤄진 주요 기업결합 심사 결과도 대부분 ‘조건부 승인’이었다.

공정위는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가격인상 제한, 일정 물량 이상 공급의무 부과’를 조건으로 승인했다.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도 ‘계열회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 등을 조건으로 허가했다.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인수,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과 머크 간 기업결합, 롯데쇼핑의 대우백화점 마산점·센트럴스퀘어점 인수도 모두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기업 결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해 심사 기간을 축소한 것도 이런 일환이다. 공정위는 임의 사전심사를 거쳐 경쟁 제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M&A 정식 신고 시 심사를 종전(30일)보다 짧은 15일 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을 사전에 알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속한 M&A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