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SW교육이 답이다

수능시험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다. 시험을 준비했던 수험생들이 휴식과 함께 각자 자기계발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궁금증이 발동했다. 수능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왔을까. 미래를 이끌 학생들이 고민을 거듭했을 문제가 보고 싶었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수능문제를 들춰봤다. 문제 수준이 놀랍다. 상당수 문제가 두 가지 이상 개념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라디오 대담과 포스터 만들기를 활용한 신유형, 고난도 문항에서는 당혹감도 든다. 정말 이런 문제를 학생들이 풀었을까. 대단하다. 한편으론 수험생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스친다.

[데스크라인] SW교육이 답이다

우리에게 수능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baccalaur〃at)가 있다. 프랑스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입시험이다. 2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한다. 이 시험에는 복잡한 지문이 없다. 간단한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식이다. 지난 2000년 문제는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였다. 1993년에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가 제시됐다. 올해는 ‘예술 작품은 항상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현재 나는 나의 과거가 만든 것인가?’ 등이 문제로 출제됐다. 형이상학적이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바칼로레아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능시험은 정답을 찾는 게 핵심이다. 반면에 바칼로레아는 수험생을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에 정답은 없다. 달리 말해 우리 수험생은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하다. 개인 생각을 표현하는 데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바칼로레아식 문제를 접한다면 명쾌하게 자신의 사고를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양한 독창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다. 틀에 박힌 사고는 곤란하다.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을 선도하는 사람, 바로 미래 꿈나무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 이를 위한 교육개혁 필요성도 대두된다. 그 기회를 소프트웨어(SW) 교육에서 엿본다. 지난해 정부는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개편 기저에는 SW교육이 있다. 오는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서 SW교육을 시작한다. 초등학교는 SW기초소양 교육을 확대한다. 중학교는 선택교과 ‘정보’를 SW내용 중심으로 개편한다. 고등학교 역시 심화선택 ‘정보’과목을 SW중심으로 내용을 바꾼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방과후 교실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SW수업을 진행한다. 우려 목소리도 있다. 학생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 코딩교육 무용론도 일면 공감을 얻는다.

직접 찾아 본 초·중·고교 SW수업 현장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교사는 어려운 코드를 학생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정답 맞히기 식 강의도 없다. 학생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지작거린다. 진행은 본인이 판단·결정하며 교사는 보조적 도움에 그친다. 코드를 고쳐가며 작은 로봇을 움직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동화를 만든다. 학생 얼굴에는 사뭇 진지함과 웃음이 가득했다. 이를 두고 교사는 자기주도적 학습 전형이라고 설명한다. 교실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SW교육이 막 움트기 시작했다.

SW교육은 획일적이라 평가되는 학교교육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학생들의 끼를 발산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논리적 사고체계를 길러준다. 무엇보다 많은 생각과 다양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미래사회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까. SW교육이 답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