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에 케이뱅크은행과 한국카카오은행이 최종 선정됐다.
두곳의 컨소시엄이 예비인가를 따냄에 따라 경쟁구도도 형성됐다. SNS기반 최대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 진영과 빅데이터 기반 통신사인 KT가 어떤 비즈니스 플랫폼을 창출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금융업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후 이들 은행이 촉발할 기대효과와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카카오은행은 자본금 3000억원에 중금리대출, 간편송금·결제, 금융비서 서비스 등을 내세웠다.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대출, 토털 간편지급결제, 자산관리와 스마트 해외송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본인가를 거쳐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을 시작한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한 데에는 핀테크 기반 창조산업 확산,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은행 산업 효율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첫발을 내딛는데는 성공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금융 패턴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전통 은행을 넘기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특히 이들 은행이 내세우는 사업은 중금리 대출이다. 중금리 대출은 이미 시중 대형은행이 속속 진출하고 있고, 신용평가에 따른 고위험이 존재한다. 상당한 심사기술과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 또 IT 집약적인 플랫폼 접근으로 승부하기는 덩치가 작다. 초기 비용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비이자부문에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여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냉엄한 금융정글의 법칙, IT혁신이 승부수
현대증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은 4년, 누적결손 탈피에 8년을 예상했다. 내년 말 3000억원 자본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손익분기점은 2020년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지급결제 외에 해외 송금 서비스, P2P대출, 개인자산관리서비스, 자동 신용평가 사업 등 전통 금융사가 유료화하거나 접근이 힘들었던 사업을 접목해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면 은행권 경영 혁신과 IT수용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난 23년간 금융업은 신규 진입이 거의 없는 일종의 독과점 사업이다.
이런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경영 가능성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해외 롤모델 성공 조건 활용 필요성을 제언했다. 아울러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향후 법적 분쟁 예방을 위해 은행법 개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SNS와 P2P 대출 등 비대면 기반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라쿠텐뱅크·소니뱅크가 던진 ‘화두’
일본 라쿠텐뱅크는 ‘커머스형 인터넷은행 플랫폼’을 구현한 첫 사례다.
2002년 e-Bank로 설립돼 2008년 9월 라쿠텐에 인수됐다. 설립 초기 대출없이 소액지급결제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장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주소와 이름만 치면 송금이 끝나는 ‘이메일 머니’를 비롯한 차별화 서비스를 내놓으며 2010년 흑자전환했다.
일본 소니뱅크도 주택담보대출 전문 오프라인 채널 ‘하우징 론 프라자’를 설치, 운영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일본 사례를 보면 외형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과 특화 서비스 구축,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전문은행인 챨스스왑과 와 E-Trade도 자동차와 금융을 결합한 캐피털 서비스 등으로 초기 차별화에 성공했다. 알리뱅크도 GM과 시너지를 통해 오토론, 리스, 카드 등 특화사업 뿐 아니라 학자금대출과 정부 지원사업, 교육 대출 등 융합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칼 최대 은행인 밀레니엄BCP는 ‘액티보뱅크(Activobank)’라는 자회사를 통해 IT 기기를 잘 다루고 자기주도형 서비스를 선호하는 도시거주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
BNP파리바 헬로뱅크(Hello Bank)는 ‘모바일로 태어났다’는 슬로건으로 승부했다.
미국, 유럽, 중국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금융 서비스 대체를 넘어 새로운 거래와 금융 소비자 사용 행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금 빌려주고 이자 받는 구태 벗어나야
애플과 알리바바 등 핀테크 선두기업으로 상징되는 해외 기업은 금융 시장 진출을 위해 이미 해외에서 ICT 기반 특허를 선점했다. 우리 금융업도 이제는 ‘금융+IT 빅뱅’ 새 흐름을 타고 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선 금융회사와 금융 신기술 스타트업과의 연계와 투자, 금융사와 IT기업 간 업무제휴, 창조적 아이디어의 금융스타트업 육성 등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규제 일변도 금융정책을 육성과 사후 규제로 전환해 새로운 시도를 늘려야 한다.
핀테크의 핵심은 금융기관과 IT기업 간 유기적인 협조와 사업자 간 윈윈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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