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빗장 푼 중국 산아제한, 바이오 산업으로 연계해야

[기고]빗장 푼 중국 산아제한, 바이오 산업으로 연계해야

매년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 국가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하나같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 열린 18기 중앙위원회의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 또한 개최 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우리나라 반응이 중국 현지 못지않게 뜨거웠다. 1980년부터 35년간 중국 당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1부부 1자녀 정책’이 이번 5중전회에서 공식적으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헌법에까지 명시된 ‘계획생육(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자녀 정책을 공표한 1980년에서 4년 뒤인 1984년 농민공 부부에게는 두 자녀까지 허용한 데 이어 2002년에는 부부가 모두 독자일 때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는 ‘쌍독이해(雙獨二孩)’ 정책을 도입했다. 2013년에는 부부 중 한 명만 독자여도 두 명의 자녀가 가능한 ‘단독이해(單獨二孩)’ 정책으로 추가 완화한 뒤 2년여 만에 모든 단서조항을 없애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한 자녀 정책 고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언젠가는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이른 시기에 전면적인 정책 폐기가 선언되자 우리나라 또한 이번 정책이 몰고 올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중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곳은 증시 등 금융시장이었다. 일부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변화된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와중에서도 수혜주를 찾는 분석 리포트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내 눈길을 끈 것은 대부분의 분석 리포트 등에서 중국 체외진단 시장 내용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현재 중국에 CRP, PCT 등 다양한 표지자를 검출할 수 있는 POCT(현장진단검사) 진단시약을 판매 중이다. 이 중 임신·이상 임신 여부를 15분 내에 확인할 수 있는 혈액기반 HCG 진단시약은 올해 중국에서만 총 150만 테스트 이상이 판매될 예상이다. 이는 2013년 대비 280% 이상 증가한 수치로 2013년 시행에 들어간 단독이해 정책의 직간접 영향을 받았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HCG 진단시약은 중국에서 출시된 POCT 제품 중 가장 넓은 진단구간을 지니고 있어 전면 두 자녀 정책이 시행되는 내년은 판매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도 POCT 분야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유산위험 진단검사가 가능한 ‘프로게스테론’ 진단시약 개발을 이미 완료해 내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진단시약 또한 산아제한 완화 정책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만큼 중국 내에서 우리나라 체외진단 산업 경쟁력을 재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4년 15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체외진단 시장은 2013년 45억달러까지 성장했다. 중국의약건강청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체외진단 시장 규모가 723억위안(약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1인당 GDP 대비 헬스케어 분야 지출 규모는 일본의 11.7%, 미국의 8.6%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체외진단 제품 사용 비용 또한 선진국(25~30달러)의 10분의 1 수준(2~3달러)에 그쳐 중국 체외진단 시장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K-팝을 거치면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한류 3.0’으로 진화했다. 사람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우리나라 체외진단 산업의 중국 내 확산을, 문화라는 전혀 상반된 분야에 쓰이는 ‘한류’라는 명칭으로 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 모든 국가가 바라마지 않는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효과 발생 최전선에 중국 여성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임신 진단시약이 있기 때문이다.

최희열 바디텍메드 대표 ceo@bodi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