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P사 박 사장은 직원끼리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사내 지식포털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많이 올라오는 게 운영이 잘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갈수록 글 올리는 사람도 뜸해지고 그나마 올라오는 지식도 영 별로인 것 같다. 그러니 이걸 활용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어졌고 어느새 사내 지식포털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직원 지식공유 활동에 불붙게 할 방법, 어디 없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마셜 밴 알스타인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지식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게 하려면 사내지식시장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회사 안에 지식을 사려는 사람(소비자)과 팔려는 사람(판매자)이 자유롭게 거래하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지식 가격은 처음부터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활용도에 따라 얼마나 받을지를 시장에서 매길 수 있다. 그러면 판매자는 더 적극적으로 질 좋은 정보를 올리고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직원이 등 떠밀며 쓰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적극적으로 사내지식시장을 활용하게 된다. 이것을 잘하고 있는 기업은 과연 사내지식시장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인도 정보기술 솔루션 업체 인포시스는 2000년 K숍이라는 사내지식시장을 개설했다. K숍에서는 지식상품을 등록하는 사람(판매자)과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소비자)이 가상화폐 KCU로 거래를 한다. 이 가상화폐를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식을 생산해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 K숍에 연구논문, 프로젝트 경험, 업무 노하우 등 지식 상품을 등록하거나 다른 직원이 게시판에 올린 질문이나 요청에 답을 하면 KCU를 벌 수 있다. 이렇게 공유한 지식 가격은 지식을 산 직원 평가와 이용 빈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 지식이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따라 1점에서 7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질 낮은 지식은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KCU를 버는 또 다른 방법은 시장에 있는 지식이 잘 활용되게 만드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 편집하거나 유용한 지식을 추천할 수도 있고 잘못되거나 중복된 지식을 신고할 때에도 KCU로 보상받는다. 이렇게 번 가상화폐 KCU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업무상 생긴 문제나 궁금한 점을 해결할 맞춤 답변을 살 수도 있고 상품권이나 각종 물건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물질적 보상만 주는 건 아니다. 지식 활용도가 높은 직원은 조직적으로 인정받아 지식챔피언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결과는 어땠을까. K숍이 개설된 지 1년 만에 2400건이 넘는 지식상품이 등록돼 활발히 활용됐고 매니저 중 약 80%는 K숍이 생산성과 업무 질 향상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발한 지식거래에 힘입어 인포시스는 2014년 매출 약 22억달러, 순이익 5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독일 전자기기 제조회사 지멘스도 ‘셰어넷(ShareNet)’이라는 사내지식시장을 두고 있다. 세계 80여개국 지사에 흩어져 있는 지식을 활발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장이다. 특이한 점은 모든 지사에 최소한 한 명 이상 ‘셰어넷 매니저’를 뒀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종의 지식 브로커로서 지식 공유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입사원에게 셰어넷 이용법을 교육시키거나 셰어넷을 업무에 잘 활용하는 직원 성공담을 널리 퍼뜨리기도 하고 숨겨진 지식을 발굴하거나 유용한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더 많은 직원이 셰어넷을 활용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셰어넷에서 영업시스템에 관련된 질문을 읽은 한 매니저는 태국과 칠레지사에서 이 질문에 답이 되는 시스템 성공사례를 올린 것을 보고는 그 나라 직원이 직접 생생한 정보를 주도록 두 직원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셰어넷 매니저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셰어넷에 참여한 모든 직원은 비행기 티켓, 노트북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상화폐 ‘셰어(Share)’를 받는데, 매니저는 정보 판매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지식매칭에 성공할 때 보너스 셰어까지 커미션으로 챙기게 된다. 셰어넷 매니저 활약에 힘입어 셰어넷에 올라오는 질문에는 항상 빠르게 답변이 올라온다. 그 덕분에 지멘스는 문제 해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사내의 유용한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가. 인포시스와 지멘스처럼 쌓여만 있는 지식이 똑똑하게 필요한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시장 원리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꼭 필요한 자리에 꿰어진 지식이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 목걸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정리=김지영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개발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