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요금 인하를 `막` 하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최근 CF에 등장해 유행어로 번진 카피다. 이 카피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에너지시장에 벌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문제다.

세계 자원시장은 저유가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가격하락 도미노가 일어났다. 덕분에 우리나라도 혜택을 보고 있다. 주유소 유류 가격이 낮아졌고 도시가스 요금도 내렸다. 그런데 전기요금만큼은 요지부동이다. 내릴 때도 된 것 같은 데 감감 무소식이다.

“안 내리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못 내리는 겁니다.”

에너지 쪽에 종사하는 관계자가 내린 진단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연료비 하락과 한전 수익 폭증 등 객관적으로는 전기요금을 내려도 되는 상황이지만 다시 올릴 수 있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경험에 의한 학습이다. 그동안 전기요금은 연쇄 인플레이션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수차례 인상이 막혀왔다. 한전은 적자영업에도 원가 이하로 팔아 왔고 당시 민간기업 출신 CEO는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정부와 날을 세우다 물러났다. 결국 그 과정에서 ‘전기요금은 원가가 올라도 인상하기 힘들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유류 제품이나 가스와 달리 필요할 때 가격인상을 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내리기도 힘들다.

전기요금은 조만간 인하 외압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가올 총선에서 후보자 다수가 전기요금 인하를 언급할 것이다. 정치권은 전기요금 인하에 핏대를 세울 것이고 한전은 아직 부채도 많이 남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에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인터넷 유행어를 다시 인용하자면 ‘멱살 잡고 하드캐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전기요금도 시장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원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고 떨어지면 내려야 한다. 유가 급락 요인이 생긴다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고 유가급등 때라면 올려야 한다. 인하요인만 보고 전기요금을 내리라 압박하면 안 된다. 그것 역시 포퓰리즘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