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수리업체에도 불공정약관 횡포…공정위 직권조사 나서

애플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수리업체에도 불공정 약관을 이용해 ‘갑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직권조사에 나섰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애플코리아와 수리업체 사이에 불공정 약관이 있는 게 확인돼 직권조사 중”이라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수리업체에도 불공정약관 횡포…공정위 직권조사 나서

앞서 공정위는 애플코리아 공인 수리업체가 운용하는 불공정 소비자 약관을 시정했다.

수리를 맡기면 도중에 찾아갈 수 없는 등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 약관을 개선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애플코리아와 공인 수리업체 간 약관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공인 수리업체는 애플에 부품 등을 주문해 수리 업무를 한다. 애플은 약관에서 사유를 불문하고 수리업체 주문을 거절할 수 있고 주문 수락 후에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수리업체 주문과 유사한 제품·부품이라고 판단하면 대체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수리업체는 유사 제품·부품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수리업체에 발생한 손해와 관련 애플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리업체 주문에 부품을 배송하지 못하거나 지연돼도 애플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계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애플은 자사 채권으로 수리업체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수 있도록 했다.

물품 공급과 대금 지급은 동시이행 관계지만 수리업체는 애플에 대금을 선지급하도록 했다. 수리업체와 애플 간 수리 위·수탁 계약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만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한국어로 번역할 권리를 수리업체가 포기하도록 강제했다.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면 애플이 진출한 다른 나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해당 약관을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절차로 수리하는 나라에서는 같은 약관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을 계기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수리 정책을 비교·분석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달 말까지 애플, 삼성, LG의 국내외 유·무상 수리 요건·비용·방법·절차와 소요기간 등을 하자 유형별로 비교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 위원장은 “국내에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며 “불공정 약관 시정은 국민이 체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