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든 업계에 걸쳐 정보통신기술(ICT) 접목 바람이 불고 있다. ICT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전뿐만 아니라 제조업·농업·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활용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하나의 예로 축산농가는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던 축사에 ICT를 접목해 실시간으로 온도·습도 등 축사환경과 개체 양육현황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수출 부진, 중국기업 추격 등으로 저성장 위기를 겪고 있는 제조업에서 ICT 융합 기술에 기대가 높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 하에 전통적인 제조업에 ICT를 접목해 생산성·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산업계에서는 ICT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저성장 늪이라는 진퇴양난에 놓인 제조업을 대상으로 ICT를 접목해 오염물질 배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 기업이 환경규제 대응과 생산성 제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굴뚝위치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한 ‘굴뚝정보관리 모바일 앱’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굴뚝 위치를 검색하면 전국 4000여개 사업장 4만4000여개 굴뚝 정보가 등록돼 있는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에 연결돼 자가측정농도, 먼지나 질소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발생량 등 해당 굴뚝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 환경관리인은 배출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자체 환경관리에 여력이 없는 중소 제조기업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굴뚝 위치 정보 등 조사된 자료는 추후 대기 질 개선 정책 연구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제철소·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환경설비에도 ICT를 접목해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돕고 있다. 제철소에 들어가는 산업용 집진기에 ‘차압감지 센서’ 기술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집진기는 작업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분진 등 각종 대기 유해물질을 회수하고 제거하는 환경설비다. 일반적인 집진기는 탈진 작동 주기를 설정해 이뤄지는데, 오염물질이 별로 없을 때에도 동일한 압력으로 탈진이 진행돼 전력이 낭비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개발된 ‘차압식 탈진설비’는 오염물질 차압감지 센서가 부착된 타이머에 관리하고자 하는 수치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때만 운전이 이뤄져 낭비되는 전력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차압식 탈진설비 도입으로 연간 설비 운전 전력비를 10%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설비 제작·설치에는 ‘3D모델링 최적 설계’ 기법도 쓰인다. 작업현장에 설비 설치 시 수많은 상황·변수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설계 과정에서부터 모듈화해 입력 값만 넣으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설계를 해야 하는 동종업계와 달리 고객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입체적 3D설계 도면으로 복잡한 형상의 설계 오류를 최소화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결국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제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단가 경쟁력과 품질만으로는 중국 등 후발국과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ICT 융합은 새로운 생태계 속에 적응하기 위한 제조업 생존 전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김군호 에어릭스 대표 kuno.kim@aeri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