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인간 뇌 닮은 똑똑한 반도체소자 개발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된 인간의 뇌를 모사해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뉴로모픽 기술이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간단한 구조로 뇌 신경망을 구현한 반도체소자를 개발했다.

황현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병렬적인 정보 처리와 학습이 가능한 초소형·초절전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소자 분야 학술회의인 ‘국제전자기기회의(IEEE International Electron Device Meeting)’에서 발표했다.

황현상 교수
황현상 교수

컴퓨터는 수학연산처럼 정형화 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지만 사람처럼 사물과 환경을 인식하고 돌발 상황에서 정보를 유추해 내는 작업 능률은 크게 뒤떨어진다.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분리된 상태로 한 번에 하나의 명령을 빠르게 반복수행하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복잡하고 정형화 되지 않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인간의 두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시냅스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해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이런 까닭에 두뇌를 닮은 뉴로모픽 시스템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설계 방식으로는 필요한 트랜지스터의 수가 늘어나 반도체 칩 크기와 전력소모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현이 어려운 현실이다.

황 교수팀은 절연체-금속 전환이 가능한 ‘NbO2’ 물질로 뉴런 모사 소자를 만들고, 그 사이에 시냅스 역할을 하는 전도성 산화물인 ‘PCMO’ 물질을 배치했다. 이 뉴로모픽 소자는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변화하는 값을 기억하고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한다.

기존 방법으로는 트랜지스터 수 십 개가 필요한 일을 단 한 개 소자로 대신할 수 있게 됐다. 또 나노미터 단위로 크기를 줄여도 이러한 소자의 특성이 유지돼 실제 신경망이 촘촘히 얽혀있는 인간의 두뇌처럼 시냅스와 뉴런의 높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가 적고 고집적화가 가능한 뉴로모픽 소자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앞으로 이를 이용한 패턴인식 기능 등 추가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뇌파 신호와 영상·이미지 신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뇌 신호를 통한 기기제어와 스마트 로봇, 무인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미래융합파이오니어과제’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