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제정책은 신뢰다.

내년 3.3% 경제성장이 가능할까.

정부가 올해(3.1%)와 내년(3.3%)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을 유지했다. 수출부진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도 정부는 고용, 소비자물가, 소비 등 긍정적 평가를 기반으로 이같이 전망했다.

시장 평가는 정부와 온도차가 크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대부분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올해 2.6% 성장을 내다봤고 내년 3.0%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시장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우리 경제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국민 심리를 고려해 비교적 밝은 평가를 내놓을 수는 있지만 과도한 긍정적 평가는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정부가 소비자물가,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각종 경제지표를 시장에서 얼마나 신뢰할까. 과연 3.3%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국민 중 몇 명이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경제가 심리라면 경제정책은 신뢰다. 한번 잃은 신뢰는 그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먹히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장에 지속적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 민간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심리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지속해서 실제 치를 웃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망이 계속 틀리면 신뢰가 떨어져 이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 장기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는 정부의 낙관적 예상이 경제위기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 사례라고 설명했다.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IMF 구제금융은 우리가 겪은 직접 경험이다.

14일 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여진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돈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보고 대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어려워질 것 같으니 대출문턱을 높이겠다는 신호다.

사흘 간격을 두고 3.3% 경제성장률을 예상하더니 급증한 가계부채를 우려해 돈줄을 죈다. 정반대 행보다. 주택담보대출 급증도 정부의 각종 부동산정책 완화에서 기인했으니 이런 엇갈린 행보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정부의 땅에 떨어진 신뢰가 국민으로 하여금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다.

강조하지만 경제정책은 신뢰다. 경제당국이 시장과 국민 신뢰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등 각계 지식인 1000명은 최근 선언문에서 “한국 경제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정부에 주문했다.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근거 없는 희망으로 위기 신호를 외면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예측 가능한 위험은 진짜 위험이 아니다. 비관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