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으로 업종별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특히 신흥국 중심 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다.
◇반도체·IT ‘흐린 뒤 맑음’
지난 10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은 작년 10월 대비 각각 7.0%, 9.7% 줄었다. TV를 비롯한 가전은 24.2%나 줄었다. 반도체·LCD패널 가격 하락 속에 신흥국 부진이 겹치면서 PC 등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전년도 수출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 이유다. 하지만 내년에도 관련 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금리 인상 여파로 수출 대상국 인 신흥국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탓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성장세로 전환되면 관련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LCD패널은 중국 업체 가세로 공급과잉 문제가 이른 시일내 해결되기 어렵다. 하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기대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재고와 수요 약세로 공급과잉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이후 VR 등 신규 응용분야 영향으로 스마트 기기 탑재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 주역이다. 역시 신흥국 시장 경기 침체가 변수다. 금리 인상 여파가 신흥국 소비에 영향을 미치면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지난달까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 생산 증가로 부품 출하와 수출액이 늘었다. 내년에 애플이 중저가 시장을 벼르고 있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 부품 업체는 상대적으로 제조사 경쟁으로 수혜가 기대된다.
◇수출 주력 ‘흐림’ 내수 ‘맑음
자동차·조선·철강·화학 분야는 신흥국 경기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변수다. 금리 인상으로 석유와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뤄지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유가가 이른 시일 내 반등이 어려운 데다 미국 마저 원유수출을 허용해 유가 상승 요인은 그리 높지 않다. 이와 연결된 중동과 자원부국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
유가 하락으로 중동 수출이 줄어든 플랜트·조선·철강 등은 금리 인상에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 우려까지 겹쳐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자금조달 환경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문제, 주택 구매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신흥국 경기 역시 주력 수출군에 부담”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인터넷·게임 등 신흥 산업에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업종이 아닌 데다 한류를 앞세운 마케팅이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것도 기대 요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은 유가 급락과 맞물려 주요 수출 대상국인 신흥국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증시에서도 인터넷·바이오·필수소비재 등 최근 성장이 돋보이는 업종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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