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30여년간 대표적 디스플레이로 사용돼온 액정표시장치(LCD)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LCD가 소형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80인치 이상 대형 시장까지 장악한 것처럼 OLED도 5인치 전후 소형 시장부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이 오는 2018년부터 아이폰에 OLED를 채택하면 OLED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대형 LCD 설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OLED 투자 필요성도 커졌다. 30년 역사의 LCD 시장이 저물고 OLED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세대교체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OLED는 기존 LCD와 전혀 다른 소재·부품 기술이 필요하므로 안정적 공급망이 형성된 LCD 후방산업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패널 핵심 재료는 LCD에서 사용한 액정 대신 반도체 일종인 다이오드 재료로 전도성 플라스틱으로 바뀐다. 면 뒤에서 빛을 비추기 위해 별도 광원, 필름, 필터 등이 필요했지만 OLED는 반도체 소자가 스스로 발광하므로 필요한 부품 수가 적어진다.
후방산업 변화는 세계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시장 경쟁구도를 바꿔놓기 충분하다. LCD의 경우 일본이 주도한 시장을 한국이 추월했지만 OLED는 이렇다 할 후발주자 없이 한국이 세계 시장을 독점한 것도 주효하다.
때문에 전통적인 LCD 액정 강자가 새로운 OLED 재료 시장에서 그대로 명맥을 이을 보장은 없다. 소재 강국 일본이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 재료와 필름 등 특정 부품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지만 우리나라가 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스마트폰에 확산되는 OLED
올해 초 OLED 시장은 이렇다 할 변화 움직임이 없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지속적으로 OLED를 탑재하며 하드웨어 차별화를 꾀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대형 OLED TV 시장 확대를 노렸다. 스마트워치 삼성 기어 시리즈와 애플워치가 플렉시블 OLED를 탑재했지만 패널 크기가 작고 시장이 대중화되지 않아 전체 OLED 시장 확산 기폭제로 여길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변화는 중순 이후부터 감지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OLED 패널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OLED 채택 비중을 늘린 게 주효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물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중급형까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에 하드웨어 차별화 요소가 많지 않은 만큼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필수다. 고화질 카메라 수요가 일반화되면서 전체 스마트폰 메모리 용량이 커진 만큼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위해 OLED를 채택한 중급형 스마트폰 공급 증가가 유력하다.
낮아진 OLED 제조원가도 한몫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스마트폰용 5인치 패널 기준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을 적용한 고화질 LCD 원가는 15.7달러, OLED는 17.1달러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제조원가가 내년 상반기 중 LCD와 비슷해지거나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5인치 풀HD급 패널 해상도 기준으로 LTPS LCD와 OLED 원가 차이가 지난해 3분기 16%에서 올 3분기 1% 정도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애플워치에 이어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하기 위해 주요 패널 제조사와 협상 중이다. 협상이 가시화되면 OLED 대중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와 아이폰용 OLED 공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은 LTPS LCD를 적용해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인 애플이 OLED를 채택하면 시장 판도가 순식간에 변할 정도로 파급력이 막강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산업리서치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1억6000만대에서 올해 2억2000만대로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15%에 달한다. 올해 중국 화웨이, 메이주, 모토로라(레노버) 등이 잇달아 OLED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8세대에 이어 10.5세대 투자까지 진행한 중국 패널 제조사 추격도 OLED 시장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빠르게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는 LCD 대신 진입장벽이 높은 대형 OLED를 전략적으로 서둘러 양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이미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OLED를 양산 중이고 내년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 소형 OLED만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 중에 대형 OLED 패널을 위한 설비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각변동이 기회’…바빠진 장비기업
OLED로 빠르게 시장이 전환하면서 오랫동안 기술 변화를 준비한 후방기업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OLED 설비 투자에서 가장 영향이 큰 분야는 디스플레이 장비다. 8세대 LCD 장비와 중소형·대형 OLED용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기술력과 현장 경험을 쌓았다. 원익IPS, 에스에프에이, 주성엔지니어링, AP시스템, 탑엔지니어링, 비아트론, 아바코, 이오테크닉스, 에스엔유프리시젼, 디엠에스, 선익시스템 등이 있다.
OLED 공정 핵심인 증착 장비는 일본 캐논도키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국내 기업 에스에프에이가 국산화했다. 중국과 공급 계약을 맺었고 국내 패널 제조사가 설비 투자를 시작하면 추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AP시스템은 OLED 기판 생산용 핵심장비인 레이저결정화(ELA) 장비와 레이저탈착장비(LLO)가 강점이다. 비아트론은 ELA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탈수소화열처리 장비 등 LTPS와 옥사이드 TFT 공정용 열처리 장비에서 인정받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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