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규제당국 램리서치-KLA텐코 합병 심사 착수

세계 각국 규제당국이 램리서치와 KLA텐코 기업결합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각국 규제 당국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중이다. 한국 공정위도 11월부터 심사에 돌입했다.

각국 규제당국 램리서치-KLA텐코 합병 심사 착수

램리서치는 세계 4위, KLA텐코는 5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램리서치는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각) KLA텐코를 106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램리서치는 식각, 세정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했다. 최근 공정 미세화 한계로 패터닝 공정이 증가하면서 램리서치 식각장비 판매가 부쩍 늘었다. KLA-텐코는 계측, 테스트장비 분야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KLA텐코 합병 후 연매출 규모가 87억달러로 확대된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90억달러 수준)와 동등 수준으로 덩치가 커진다.

적어도 국내에선 램리서치와 KLA텐코 합병 관련 반대 목소리가 없다. 합병 심사에 긍정적이다. 과거 어플라이드가 도쿄일렉트론을 합병하려 했을 때와 다른 양상이다. 당시 국내 장비 업계는 양사 합병을 결사 반대했다.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공개 자리에서 ‘합병을 막아달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어플라이드는 증착 장비가 주력이다. 국내에도 증착 장비를 다루는 업체가 많다. 램리서치와 KLA텐코는 국내 장비사와 품목이 겹치지 않는다.

고객사인 한국 소자업체 반응도 나쁘지 않다. 계측, 테스트장비 분야서 독보적 점유율을 가진 KLA텐코는 고객사에 ‘배짱’을 부려 문제가 됐던 적이 많다. 장비 입고 지연 시 손해배상 청구 조항을 빼는 등 사실상 ‘갑 같은 을’ 행세를 했다. 램리서치는 장비 공급, 유지 보수 거래 계약 시 최대한 고객사 목소리를 듣고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장비 경쟁사와 소자 고객사가 양사 합병을 특별히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램리서치는 내년 중반까지 각국 규제당국 승인을 얻어내고 합병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각국 동향을 살펴본 결과 합병 승인을 얻는 시기가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