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과 콘돔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지난주 여성가족부 콘돔 논란이 화제였다. 여가부는 청소년에게 일반콘돔이 아닌 특수콘돔을 파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왜곡된 성적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특수콘돔 사용 시 쾌락을 느낄 수 있어서”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몇 년 전 게임업계가 마주했던 ‘셧다운제’가 떠오른다. 당시 여가부는 청소년 건강을 규제 명분으로 내세웠다. 심야시간에 게임에 몰두하느라 건강을 해친다는 논리다.

규제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셧다운제로 아이 건강을 지킨 사례도 있을 것이다. 특수콘돔을 접할 기회가 없어 올바른 성관념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한 청소년이 있을지 모른다.

정부 규제가 가진 1차 목적은 각종 사회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만큼 중요한 기능이 규제 안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 환기다.

규제는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품는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는 사회문제다. 맞벌이가 증가하지만 사회 안전시스템을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이 분위기가 ‘게임’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었다.

“지금 게임 산업에 규제가 어디 있습니까?”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셧다운제 같은 규제는 이미 유명무실하고 최소한의 규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규제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규제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을 담보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새 논의를 일으킨다. 이를 디딤돌 삼아 진보한 정책과 사회 시스템을 만든다.

누군가에게 상관없는 규제가 다른 이에게 치명적 장애물이 된다. 월 결제한도와 일 한도가 이중으로 지정된 웹보드게임이 대표사례다. 성인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웹보드 매출이 꺾이며 일부 기업은 지갑을 닫았다.

게임과 콘돔처럼 ‘하지마’ ‘쓰지마’식 규제는 곤란하다. 사회적 비용만 소모한다. 생산적 규제가 필요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